▲ 법정 향하는 이경재 변호사
[김민호 기자]그대의 신묘한 책략은 하늘의 이치를 다했고,
오묘한 계획은 땅의 이치를 다했노라.
전쟁에 이겨서 그 공이 이미 높으니
만족함을 알고 그만 두기를 바라노라.

‘살수대첩’ 대승으로 수나라의 침입을 막아 고대사에 이름을 남긴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의 이 고시(古詩)가 1400여년이 지난 2017년 6월 23일 새삼 회자됐다. ‘적장’에 대한 조롱을 담고 있는 한시의 내용을 빌려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서다. 24일 국민일보는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과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비선실세' 최순실씨 측은 검찰을 향해 각각 공세를 폈다고 전했다.

여의도에서는 정준길 자유한국당 대변인이 나섰다. 정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더불어민주당’ 6행시를 지어보냈다. 추 대표가 오전 최고위 회의에서 ‘자유한국당’ 당명으로 5행시를 지어 한국당을 비판하자 응수한 거였다.

추 대표는 5행시에서 “‘자’유당 시절 독선 정치, ‘유’신시절 독재정치, ‘한’나라당 시절 독기정치, ‘국’민 고달픈 정치, ‘당’장 끝내야 한다”라고 했다. 한국당이 7·3 전당대회를 앞두고 진행중인 5행시 이벤트에서 ‘조롱’ 댓글로 넘쳐나자 같은 형식으로 추경안 논의 등 사사건건 정부·여당에 반대하는 한국당의 태도를 비판한 것이다.

그러자 정 대변인은 위에 언급된 여수장우중문시에서 따온 ‘여대표추미애시’(與代表秋美愛詩·여당 추미애 대표에게 보내는 시라는 의미)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6행시를 읊었다.

정 대변인은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국민이, ‘불’러도 귀 막고 보라고 애원해도 눈감으며, ‘어’제도 오늘도 항시 그래왔듯이, ‘민’심을 왜곡하고 남 탓만 하면서, ‘주’장만 하고 책임은 지지 않는 민주당의 구태정치야말로, ‘당’장 끝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천지의 이치를 다한 듯한 추 대표의 신기하고 묘한 시책에 감사드린다. 품위를 망각한 여당 대표의 5행시 수준을 국민이 이미 알고 있으니 (만)족함을 알고 그만두기 바란다”고 비꼬았다.

같은날 을지문덕 장군의 한시는 또한번 회자됐다. 주인공은 최순실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였다. 이 변호사는 이화여대 관계자들에게 딸 정유라씨의 부정입학 관련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최씨가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자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던 중 을지문덕 장군의 한시를 꺼내들었다.

그는 검찰이 정씨에게 세 번째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며 “같은 사람에게 세 번이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했다. 이미 정씨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이 기각됐다는 점을 들어 검찰을 깎아내린 것이다. 이 변호사는 그러면서 “당신의 전공(戰功)이 하늘을 찌를 듯하니 지족하고 편안하게 돌아가라는 시를 상기해보라”며 “특검과 특수본 수사 성과가 얼마나 많은데 애(정유라)를 구속하느냐를 두고 사회가 논란에 휩싸일 일은 아니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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