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문재인정부의 최우선 정책과제중 하나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검찰 개혁과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위해 헌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박상기(65)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7일 "후보로 지명된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내정이 발표된 직후 기자단에 보낸 입장 글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개혁성이 더욱 선명한 인물을 전진 배치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7일 법조계와 학계에 따르면 박 후보자는 꾸준히 검찰·사법개혁을 주장해온 진보 성향의 법학자로 꼽힌다. 박 후보자는 그동안 학자와 시민단체 대표로 활발히 활동하면서 법무부와 검찰에 대해 상당히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으며 다양한 개혁을 주문해 왔다. 이번 인선으로 새 정부의 검찰개혁 의지가 보다 분명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법무부의 탈검사화는 박 후보자가 오랫동안 주장했던 부분이다. 그간 박 후보자는 법무부 기능에 대해 "법무부는 행정 부처이지 수사기관이 아니다"라는 소신을 펴왔다. 특히 법무부 주요 직책을 현직 검사가 차지하고 있는 현상에 대해 박 후보자는 '우리 나라에서만 통용되던 이례적 현상'으로 규정하고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주장해 왔다.

또 검찰 내 기수문화에 대해서는 '변화하는 사회 현실과는 동떨어진 구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검찰 내 기수문화를 파괴하는 인적쇄신을 단행할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박 후보자가 사법고시를 거친 법조인 출신이 아니라는 점도 눈에 띈다. 박 후보자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1950년 김준연 전 법무부 장관 이래 60여년 만에 사법고시를 거치지 않은 장관이 된다. 역시 법무부의 탈검찰 의지를 보여주는 인선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법조계에서는 박 후보자 지명에 대해 '검찰의 저항'을 정면돌파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안경환 후보자가 자진사퇴한 뒤 청와대 측은 "검찰 개혁에 대한 조직적 저항 움직임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당 의원들도 "조직적 저항 세력이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청와대와 여권 내 유력인사들이 검찰 내 저항 기류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경계와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非)검찰·학자 출신인 데다, 보다 선명하고 강도 높은 개혁 성향 인물을 전진배치한 것은 법무부와 검찰 일각의 저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박 후보자가 학자, 시민단체 출신이라 법조계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아니다"라며 "처음 지명됐던 안경환 후보자보다 개혁성이 강한 인물임에는 틀림없다"고 말했다.

학계 한 관계자도 "대학 등에서는 사회참여 활동을 많이 하는 학자로 유명했지만 법조계에서는 생소한 인물일 것"이라며 "오랫동안 검찰개혁 필요성을 주장했던 굉장히 의지가 강한 사람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청와대는 오전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박 후보자를 지명하며 “검찰과 사법제도 개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온 법학자이고, 검찰개혁위원회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을 역임하는 등 학계와 시민사회는 물론 법무행정 현장에서도 사법개혁 활동을 해온 이론가이자 실천가”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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