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일부의 목소리이긴 하지만 "안철수를 앞세워 당을 끌고 갈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일각에선 '안철수 책임론'을 제기하며 "이렇게 가다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이 존폐 위기까지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새로운 길과 얼굴을 찾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창업주이자 당 간판인 안 전 의원을 앞세워 당을 끌고 갈 수 없다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의견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당이 제3당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당내 비판도 힘을 보태고 있다.
호남 재선인 황주홍 의원은 전날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내년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는데 호남뿐 아니라 전국의 당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일까지 터져 당이 더 어려워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역에서는 안 전 의원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이상돈 의원은 "어쨌든 안 전 의원 사람들이 연루된 사건인데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일부 의원들은 바른정당과 합치자고 하고 있고, 민주당에서는 '우리와 합치자'는 제안을 한다는 말도 들린다"고 했다. 당 혁신안을 만들고 있는 이태규 사무총장은 "우리 당이 약이나 주사가 아닌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여기에 맞춰 혁신 수위와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
검찰은 이날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씨는 2012년 대선 때부터 안 전 의원을 도왔던 인물이다. 검찰은 이씨 외에 이 사건에 누가 개입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정치권의 관심도 '안 전 의원이 사전에 알고 있었냐'에 쏠렸다. 이에 대해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이씨 단독 범행으로 보고 있지만 안 전 의원도 필요하면 조사하겠다"면서 "당의 조직적 개입이 드러난다면 당을 해체할 것"이라며 배수진을 쳤다.안 전 의원과 가까운 소위 '친안파' 일부도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내 전선이 안 전 의원에 불리하게 그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안 전 의원 침묵에 대한 실망이 확산되고 있다"며 "무죄로 밝혀졌지만 작년 총선 직후 벌어졌던 리베이트 사건 때처럼 또다시 당이 기로에 섰다"고 했다. 안 전 의원의 오랜 측근도 "안 전 의원이 거취 문제까지 포함해 고민해야 한다"며 "그래야 당이 산다"고 했다. 민주당도 이번 파문을 '국민의당 대선 공작 게이트'로 규정하고 안 전 의원을 정조준하고 있다.
반면 여전히 안 전 의원 편에 서 있는 측근 의원들은 "이번 사건이 당의 미래를 논할 정도로 큰일은 아니다"며 "빨리 사태를 수습하고 당을 정상화하자"는 입장이다. 또 "당원의 독자적 행동이 분명한 만큼 안 전 의원의 거취 문제로까지 사태를 확대해선 안 된다"고 하고 있다.
신용현 의원은 "안 전 의원도 몰랐던 일이기 때문에 빨리 사건을 마무리하고, 이런 상황일수록 똘똘 뭉쳐야 한다는 게 우리 쪽 의견"이라고 했다. 안 전 의원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송기석 의원도 "안 전 의원 입장 발표는 진상 조사가 다 끝난 뒤에 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며 "당의 존폐까지 얘기할 정도로 심각한 사건은 아니라고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안 전 의원은 이날도 어떤 입장 표명 없이 서울 노원구 자택에 칩거했다. 앞서 안 전 의원은 사건이 알려진 지난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하려 했다가 일부 친안파 의원들 만류로 보류했다고 한다. 안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안 전 의원이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이유미씨의 구속영장이 발부되거나 당 진상조사가 끝나면 적절한 때에 입장 표명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정계 은퇴까지도 고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추측에 대해선 "절대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