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오전 경기 수원 국민의당 경기도당에서 열린 제12차 비상대책위원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이 기회에 안철수 당을 벗어나자. 이참에 민주당, 바른정당 어느 쪽이든 합쳐야 하지 않겠냐"

국민의당 일부의 목소리이긴 하지만 "안철수를 앞세워 당을 끌고 갈 수 없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일각에선 '안철수 책임론'을 제기하며 "이렇게 가다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이 존폐 위기까지 처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새로운 길과 얼굴을 찾자"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창업주이자 당 간판인 안 전 의원을 앞세워 당을 끌고 갈 수 없다는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의견에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당이 제3당 역할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는 당내 비판도 힘을 보태고 있다.

호남 재선인 황주홍 의원은 전날 조선일보와 통화에서 "내년 지방선거가 1년도 채 남지 않았는데 호남뿐 아니라 전국의 당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일까지 터져 당이 더 어려워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역에서는 안 전 의원 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이상돈 의원은 "어쨌든 안 전 의원 사람들이 연루된 사건인데 정치적 책임을 지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일부 의원들은 바른정당과 합치자고 하고 있고, 민주당에서는 '우리와 합치자'는 제안을 한다는 말도 들린다"고 했다. 당 혁신안을 만들고 있는 이태규 사무총장은 "우리 당이 약이나 주사가 아닌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고 여기에 맞춰 혁신 수위와 방향을 정할 것"이라고 했다.

▲ 이용주 "이준서 전 최고위원은 제보 조작 지시 안했다"
검찰은 이날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국민의당 당원 이유미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씨는 2012년 대선 때부터 안 전 의원을 도왔던 인물이다. 검찰은 이씨 외에 이 사건에 누가 개입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정치권의 관심도 '안 전 의원이 사전에 알고 있었냐'에 쏠렸다. 이에 대해 박주선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이씨 단독 범행으로 보고 있지만 안 전 의원도 필요하면 조사하겠다"면서 "당의 조직적 개입이 드러난다면 당을 해체할 것"이라며 배수진을 쳤다.

안 전 의원과 가까운 소위 '친안파' 일부도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당내 전선이 안 전 의원에 불리하게 그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안 전 의원 침묵에 대한 실망이 확산되고 있다"며 "무죄로 밝혀졌지만 작년 총선 직후 벌어졌던 리베이트 사건 때처럼 또다시 당이 기로에 섰다"고 했다. 안 전 의원의 오랜 측근도 "안 전 의원이 거취 문제까지 포함해 고민해야 한다"며 "그래야 당이 산다"고 했다. 민주당도 이번 파문을 '국민의당 대선 공작 게이트'로 규정하고 안 전 의원을 정조준하고 있다.

반면 여전히 안 전 의원 편에 서 있는 측근 의원들은 "이번 사건이 당의 미래를 논할 정도로 큰일은 아니다"며 "빨리 사태를 수습하고 당을 정상화하자"는 입장이다. 또 "당원의 독자적 행동이 분명한 만큼 안 전 의원의 거취 문제로까지 사태를 확대해선 안 된다"고 하고 있다.

신용현 의원은 "안 전 의원도 몰랐던 일이기 때문에 빨리 사건을 마무리하고, 이런 상황일수록 똘똘 뭉쳐야 한다는 게 우리 쪽 의견"이라고 했다. 안 전 의원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송기석 의원도 "안 전 의원 입장 발표는 진상 조사가 다 끝난 뒤에 해도 늦지 않다고 본다"며 "당의 존폐까지 얘기할 정도로 심각한 사건은 아니라고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안 전 의원은 이날도 어떤 입장 표명 없이 서울 노원구 자택에 칩거했다. 앞서 안 전 의원은 사건이 알려진 지난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하려 했다가 일부 친안파 의원들 만류로 보류했다고 한다. 안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안 전 의원이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이유미씨의 구속영장이 발부되거나 당 진상조사가 끝나면 적절한 때에 입장 표명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정계 은퇴까지도 고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추측에 대해선 "절대 아니다"고 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