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조작업이 한창인 사고 해역
"○○야, 너만은 절대 수련여행 가지마"(16일 오전 9시6분)

"일정 그대로 12시까지 (제주에) 가는 줄 알았는데…후들거리고 토할 것 같아"(오전 9시8분)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뉴스타파'가 29일 공개한 '마지막 15분 풀 동영상'에 담긴 녹음파일 중 일부다.

이 동영상은 세월호 4층 격실에서 숨진 채 인양된 안산 단원고 2학년 고(故) 박수현군이 아버지에게 보낸 침몰 당시 영상으로, 가슴 저미는 안타까운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사고 당일인 지난 16일 오전 8시52분27초부터 9시9분23초까지 17분 가운데 촬영이 끊긴 2분25초를 뺀 15분간, 세월호 4층 격실의 상황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학생들은 전남소방본부에 최초 신고가 접수되고 세월호가 제주VTS(해상관제센터)에 '배가 넘어가고 있다'고 신고한 순간에도 '절대 이동하지 말라'는 안내방송만 믿고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였다. 8시56분께 한 탑승객이 112 신고를 할 때까지도 '구명조끼를 왜 꺼내' '물 들어오면 재밌겠다' '엄마한테 전화해 볼까'라며 심각한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8시58분께 목포해경에 "배가 침수되고 있다"며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아이들은 '죽음의 그늘'을 감지하지 못한 채 안내방송을 따라 방 안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아이들에게 두려움이 밀려들기 시작한 건 9시를 넘기면서부터.

'우리 진짜 추락하는거 아냐' '선장은 뭐 하는거야' '일정대로 가는 줄 알았는데 후들거리고 토할 것 같아'라면서도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선지 농담조로 '마지막 할 말은 남기고 죽어야 될 것 같은데'라며 저마다 한 마디씩을 남겼고 설마하며 남긴 이 말들은 결국 유언이 되고 말았다.

"제발 살 수만 있다면 엄마 아빠 사랑해요" "○○야, 너만은 제발 수학여행 가지마. 오빠처럼 되기 싫으면 알았지? 살려 줘∼" "우리 ○○○씨, 아들이 고합니다. 이번 일로 죽을 수 있을 거 같으니, 엄마 아빠 사랑해요"

가상 유언을 남기면서도 학생들은 갑판에 올라간 친구들, 함께 배를 탄 담임 선생님의 안부를 챙기며 자신의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양보하기까지 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어선들이 구조에 나서고 진도VTS가 침몰 상황을 파악하는 사이에도 "이동 금지" 방송은 끊이질 않았고 박군은 동영상 외에 오전 10시11분 마지막 셔터까지, 40여 장의 사진도 남겼다.

유품이 된 사진과 동영상은 그러나 침몰 당시의 진실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우선 8시52분께 이미 배가 상당 부분 기울어져 있었고 앞서 오전 6시26분 촬영한 객실 바깥 난간 사진도 배가 다소 기운 채 멈춰 있는 것과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토할 거 같다"는 얘기는 배가 상당 시간 기울어 있었음을 시사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도 학생들이 크게 놀라지 않은 점으로 미뤄 침수나 침몰은 서서히 이뤄졌고 대다수 탑승자들은 선내 방송에 따라 탈출을 시도하지 않았음을 거듭 확인시켜주고 있다.

특히 10시11분 사진과 8시52분 동영상에 찍힌 객실 입구 모습(기울기)이 거의 같다는 점에서 학생들은 최소한 1시간20분 가량 내부 탈출안내는 물론 외부의 구조손길도 전혀 받지 못했음을 짐작케 했다.

박군이 마지막 셔터를 누른 10시11분은 해경의 첫 구조대가 도착한 지 40분, 선장이 속옷 차림으로 탈출한 지 25분 뒤다.

또 정부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가동한 지 1시간7분, 해군 함정 23척과 공군항공기 8대가 투입된 지 36분, 박근혜 대통령이 '단 1명의 인명 피해도 없도록 구조하라'고 지시한 지 11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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