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향신문 캡쳐
[신소희 기자]“이제는 우리가 서로 떠나가야 할 시간…함께했던 시간은 이젠 추억으로 남기고 서로 가야할 길 찾아서 떠나야 해요”

7일 오후 7시 40분쯤 대구 수성구 범어동 자유한국당 대구시당·경북도당사 앞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015B의 ‘이젠안녕’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스피커를 마주보고 앉은 20여 명의 사람들은 머리 위로 손을 흔들며 따라 불렀다. 당사 앞에는 검은색 제단이 차려져 있었다. 제단 위에는 붉은색 ‘자유한국당’ 영정이 놓여 있었고, 양 쪽에는 ‘적폐 중의 적폐’ ‘이런 날 올 줄 알았다’라고 적힌 스티로폼 모형 근조 화환과 양초, 향 등이 놓여 있었다.

이날 자유한국당 해산을 촉구하는 대구시민들은 이른바 ‘자유한국당 행복한 장례식’ 퍼포먼스를 1시간 가량 진행했다. 이날 ‘자유한국당 해체를 바라는 대구시민들’(이하 대구시민들)과 대구경북민권연대 등 20여 명이 주최한 행사다. 이들은 지난달 22일부터 한국당 해체를 요구하며 시위를 열고 있다.

대구시민들 등은 제단을 차려 놓고 장례식을 치렀다. ‘조문객’의 발길은 오후 8시까지 이어졌다. 당사 앞 출입문에는 ‘다음 생에는 만나지 말자 잘가라-대구시민 일동’이라고 적힌 모형 근조 화환이 붙었고, 인근 도로에는 ‘자유민주주의와 안보를 위하여 해체하겠습니다. 본인의 장례식에 참여하여 주신 국민들께 감사드립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걸렸다. 제단 옆에 높인 작은 상 위에는 밥과 국, 부침개, 떡, 수육 등이 새겨진 플라스틱 모형이 놓여 있었다.

 
이날 행사에서 이창욱 대구경북인권연대 회원은 "우리 마음 속에서 잊혀져야 할 분들"이라며 "보수 텃밭인 대구에서 먼저 자유한국당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기 자유한국당 대구시당 조직부장은 "정당을 해체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정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건 실감하지만, 홍준표 대표가 선출되면서 다시 보수층의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경향신문은 조문객 이모씨(21)는 “한국당이 해체된다고 생각하니 좀 서운하다. 즐겨봤던 개그 프로 하나가 없어지는 느낌”이라면서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에게 웃음뿐만 아니라 고통과 분노를 줬다” 말했다고 인터뷰 내용을 전했다.

이어 대구시민들 신범식씨(44)는 “(한국당 해체 요구) 시위를 하는 것을 모습을 본 시민들이 처음에는 욕을 하거나 비난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2주가 지난 지금은 음료 등을 건네면서 응원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여러분이 응원해주시면 한국당은 꼭 해체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을 지나던 자유한국당을 지지자로 추정되는 한 중년 여성은 “진짜 사람이 죽은 줄 알았다”면서 “여기서 뭐하는 거야. 한 게 뭐가 있다고 시끄럽게 구는 거야”라고 항의하기도 했다.

한편,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등은 오는 8일 오후 6시 대구 중구 공평동 2·28기념중앙공원 옆 골목길에서 ‘적폐청산 대구시민대회’를 열 예정이라고 매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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