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지난 8일 서울 도심에서 개고기 식용을 반대하는 집회가 있었다. 시민단체 '개고기를 반대하는 친구들' 회원과 시민 등 100여명은 종로구 인사동에서 행진을 하며 "개고기가 한국 발전의 걸림돌"이라고 주장했다. 또 "복날을 영문자로 표기한 'BOKNAL'은 사실상 동물대학살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면서 국회에 개 도살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렇듯 매년 복날이 되면 떠오르는 개고기 논쟁이 올해도 어김없이 벌어졌다.

그래서일까 청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유명한 한 보신탕 전문 음식점 주인은 이번 초복(12일)을 맞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해가 갈수록 매상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올해 초복처럼 황당한 경우는 처음 겪었기 때문이다.

복날 며칠 전부터 예약이 몰렸던 예전과 달리 이날 점심·저녁 예약이 단 1건도 없었다.

이 식당 주인은 "복날이라 손님들이 몰릴 것으로 보고 지레 피한 것 같다"며 "다른 식당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애써 위로했다.

그는 "지난 1일부터 일찌감치 복달임하려는 고객들이 줄을 이었다"고 말했지만 복날 보신탕을 즐겨 먹었던 세태가 바뀌면서 해가 갈수록 매상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은 어쩔 수 없이 인정했다. 이어 그는 "단골은 꾸준히 찾아오지만 전체 매상은 작년보다 10∼20% 줄어든 것 같다"고 털어놨다.

보신탕이 복달임의 대명사였던 터라 복날이 되면 으레 "탕이나 한 그릇 하자"고 식사 약속을 하고, 직장 회식의 단골 메뉴로도 올랐지만 이제는 이런 풍경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늘고, 보신탕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칫 보신탕을 권하는 것이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것이다.

무더위가 계속되는 요즘 삼계탕집이나 염소고깃집은 점심때가 되면 자리가 나기를 기다리는 손님들로 북적거리지만 보신탕집은 언제든 가도 자리가 남아돌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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