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이른바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김상조(55)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증인으로 나선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14일 이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그룹 전·현직 임원진 재판에 김 위원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이날 재판에는 장관급인 김 위원장의 지위와 증언의 중요성 등을 고려해 예우 차원에서 박영수 특검이 직접 공소유지를 하기 위해 법정에 나온다.

장관급 현직 공정거래위원장이 본인이 연루된 사건도 아닌 공판에 직접 출석하는 사례 자체가 극히 이례적인데다, 문재인 정부 최대 뉴스메이커 중 하나인 김 위원장이 평소 이 부회장과 섬성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와 법정에서 어떤 '폭탄 발언'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삼성 저격수'로 통하며 경제개혁연대와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등을 지낸 김 위원장은 특검 측 신청 증인으로, 이 부회장 등 삼성 측 주장에 반박할 의견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김 위원장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순환출자 고리 해소 문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 일련의 과정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이었음을 집중적으로 물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김 위원장은 그간 삼성 관련 활동들을 해오며 삼성 관계자들로부터 직접 듣거나 경험한 내용도 진술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김 위원장은 특검 수사 당시 참고인으로 나가 삼성의 지배 구조와 의사결정 구조, 계열사 합병 과정 등과 관련해 특검 측에 도움을 준 바 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장 임명 전인 지난 2월12일 특검에 참고인으로 나가 삼성 합병, 삼성생명 금융지주사 전환 등을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라는 관점에서 분석하는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당시 참고인 조사 뒤 "법과 원칙에 따른 엄정한 처벌이 이 부회장과 삼성의 미래를 위해 오히려 값진 교훈이 될 거라고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어, 이번 법정 출석에서도 이 부회장과 삼성 측에 상당히 불리한 증언을 할 가능성이 높다.

당초 특검은 김 위원장의 참고인 진술 조서를 증거로 채택해달라고 재판부에 신청했으나, 삼성 측이 극구 동의하지 않자 아예 김 위원장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삼성이 뒤늦게 진술 조서 채택에 동의하며 증인 철회를 요구했지만 특검은 계획대로 강행했다.

이와 관련해 특검 관계자는 "특검 측에서 요청했고 김 위원장도 나온다고 한 것"이라며 "장관이 단지 설득한다고 나오겠느냐. 중대한 사건에 당연히 나와서 실체 규명를 하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도 지난달 2일 증인으로 나온 바 있다. 정 전 위원장은 공정위가 삼성의 순환출자 고리 문제 해소와 관련해 주식 500만주 처분을 결정하게 된 경위 등을 진술했다.

한 법무법인의 변호사는 "장관이라는 책임있는 지위에서 출석하는 것이 이례적이긴 하나 역사적 사건으로 사안의 중대성 및 실체적 진실을 위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한 마디 한 마디가 공적 권위를 갖고 있어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특검 단계에서 진술했고 유죄를 입증하는 하나의 진술"이라며 "반재벌 성향의 권위를 가진 전문가로 삼성에 불리한 증언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검에서는 박영수 특별검사가 직접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며 힘을 싣는다. 박 특검이 법정에 나오는 것은 지난 4월 이 부회장 첫 재판에 이어 두 번째다.

'대기업 저승사자'로 불리는 박 특검이 직접 법정에 나오는 것도 이 부회장 재판을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공소사실 입증에 힘을 싣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장관급 김 위원장이 출석하는 만큼 이번 재판의 중요성을 감안해 특검 책임자가 나올 필요가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측은 "사안의 중대성과 김 위원장 증언의 중요성을 감안해 박 특검이 직접 법정에 나가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박 특검은 지난 4월7일 이 부회장 첫 공판에 나와 "이번 사태는 사익 추구를 위한 정경유착임을 확인했고 그 핵심이 삼성 관련 뇌물 사건"이라며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고질적이고 전형적인 정경유착 고리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근혜(65)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열리는 자신의 형사재판에 닷새만에 모습을 드러낸다.

박 전 대통령은 발가락 부상을 이유로 지난 10일부터 세차례 재판에 불출석했다. 당초 이날도 법정에 나올 수 없다고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구치소 측 의견서를 검토한 결과 출석하지 않을 사유로 보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전날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 출석을 요구했고, 박 전 대통령은 변호인과의 접견을 통해 14일 오후에는 출석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재판에는 천홍욱 관세청장과 이모 관세청 전 국장 등이 증인으로 채택돼 있으며, 롯데와 SK 등 서울 시내 면세점 선정과 관련한 증언을 할 예정이다.

다만 천 청장은 전날 재판부에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그는 취임 직후 최순실(61)씨와 만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됐고, 최근에는 감사원으로부터 면세점 사업자 선정 관련 자료 파기 등 공공기록물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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