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변호인과 상의 없이 돌연 재판에 출석, 특검과 변호인단 사이에 때 아닌 '증언 회유' 공방을 촉발한 정유라(21)씨가 외부와 연락을 끊은 채 행방을 감춘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후 변호인단과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정씨의 변호인단은 우회적인 경로를 동원해 동향과 의중을 먼저 파악하려 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사임도 검토하는 등 부글부글 끓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당시 변호인단은 정씨를 설득한 뒤 전날 법원에 불출석 신고서를 제출했으나, 정씨는 변호인들과 상의 없이 '돌발 출석'해 증언했다.

이를 두고 변호인단은 특검 측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정씨를 회유했다고 주장하고, 특검은 정씨 본인의 판단에 의한 것으로 불법적 강요가 없었다고 맞서면서 날 선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특검 측은 "회유, 협박이 있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 점은 정유라 본인이 직접 확인해 줄 수 있다"고 밝혔지만 정작 변호인이 연락을 취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현재 특검 외에는 정씨와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며 정씨의 입장은 특검 측이 '대신' 내놓고 있다.

특히 정씨가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서 증언한 내용 중에는 모친인 최순실씨의 주장과 배치되는 내용도 있어 변호인단은 곤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증언 이후로 정유라씨와 연락이 닿지 않아, 변호인단은 정씨가 변심한 이유를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순실씨 역시 돌발 행동에 허탈해하면서도 딸이 앞으로 맞이할 상황에 대한 걱정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최씨와 함께 정씨 변호를 맡은 변호인단은 변론을 포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만 법원에 낸 사유서까지 뒤집고 검찰 도움을 받아 출석한 정씨의 행동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보고 경위 파악을 시도하고 있지만, 정씨가 연락을 받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재 변호사는 "우리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면 무슨 곡절이 있는 것"이라며 "그 경위부터 알아보고 다른 문제가 있는지 신중하게 판단해야지, 단편적으로 나타난 것만 가지고 결정하는 것은 프로 변호사가 취할 자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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