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정부 청와대가 설치한 이 검색대에는 문서 반출을 막기 위한 특수용지 감지 센서와 경고음 버저 등이 부착돼 있었다. /청와대
[김민호 기자]청와대는 18일 이례적으로 동영상을 공개했다. 민정수석실로 통하는 계단 입구에 설치된 검색대를 철거하는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공개한 것이다.

그러면서 박근혜 정부가 청와대 민정수석실 입구에 '문서 유출 방지용 검색대'를 설치해 운영했으며 이를 이번에 철거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페이스북 공식 계정에 '민정수석실의 수상한 장비 철거 작전'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올렸다. "새 정부가 들어선 뒤 민정수석실 직원들은 수상한 '관문'을 발견했다"며 "건물 3층 사무실로 올라가는데 계단 한 곳은 막아두고, 나머지 유일한 계단에는 계단 가림막과 검색대, 커다란 철제 장비가 있었다"고 했다.

이날 청와대는 “불통과 권위의 상징”으로 소개된 이 검색대는 2014년 말 ‘정윤회 비선 실세’ 문건이 언론에 유출·보도된 뒤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설치했다고 한다. 민정수석실 전용(專用) 종이를 쓰도록 해 문서를 외부에 반출하는 사람을 적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와 함께 민정수석 사무실에서 조국 수석이 웃는 모습과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실의 지향과 목표를 담은 내부 문서도 공개했다. ‘권력기관에는 엄격하고 국민에게는 온화하게 다가가는 민정수석실’ ‘철저하게 사적 권력 추구를 배제’ 등 지침이 담겼다. ‘음험한 권력’ 민정수석의 사무실 모습은 물론 내부 문서를 공개하는 것은 과거 정부에서는 없던 모습이다. 현재의 ‘사정(司正) 국면’은 ‘온화한’ 얼굴의 민정수석실이 주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들의 일처리 방식은 누군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16일 감사원 발표를 계기로 방산비리에서부터 전임 정부의 부패 청산을 시작했다. 대통령 주재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 반부패비서관 주재 방산비리유관기관협의회를 동시 발표했다.

특히 전임 정부가 남기고 간 흔적들이 문재인 정부의 사정 드라이브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역설적이다. 청와대는 지난 14일 예고 없이 생중계를 허용하면서 민정비서관실 캐비닛에서 발견한 전임 정부 민정수석실 문건 약 300종의 존재를 공개했다. 공교롭게도 그날 열렸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과 직결되는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 대한 박근혜 정부 청와대의 지원 방안을 담은 자필 메모 등이었다.

같은 날 청와대 정무수석실 책상 서랍에서도 전 정부 문건 1361건이 발견됐다. 하지만 청와대는 분석이 끝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겨뒀다가 주말이 지난 뒤 문건의 존재를 공개했다. “위안부 합의, 세월호, 국정교과서 추진, 선거 등 적법하지 않은 지시사항”이 담겼다는 사실밖에 없었지만 파장은 일파만파였다.

같은 날 청와대는 유명무실했던 대통령비서실 정보공개심의회도 10년 만에 열었다. 전진한 알권리연구소장, 조수진 법무법인 위민 변호사를 포함한 외부 전문가 등 위원 7명이 참석해 “국민의 관심이 높거나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정보는 국민들의 정보공개 청구가 없어도 선제적으로 공개해 나가기로 했다”며 투명성을 강조했다.

청와대에 전임 정부 문건이 남아 있는 경위는 미스터리다. 다만 절묘한 시점에 문건이 발견되고 시시각각 ‘투명하게’ 그 존재가 알려지면서 재판과 수사의 증거 능력 여부와 무관하게 사정 드라이브가 탄력을 받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청와대 참모들은 문건들을 용의주도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기록물 제도를 만든 참여정부 당시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기 때문에 어떤 문서는 제목만 공개 가능하고, 어떤 문서는 메모 전체를 보여줄 수 있는지 꿰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캐비닛 사정’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청와대는 주말쯤 아직 공개하지 않은 나머지 문건 1000여건의 검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