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스위스 언론 '르마탱' 보도 캡쳐
[김승혜 기자]75년 전 알프스에서 실종된 부부가 빙하가 녹으면서 발견됐다고 스위스 일간 르마탱이 1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13일 밤 스위스 남부 알프스 지역의 해발 2615m 지점에서 나란히 누운 시신 2구가 미라 상태로 발견됐다. 시신 주변에는 등산 배낭과 물병, 책, 시계 등이 옛 모습대로 있었다.

시신을 처음 발견한 사람은 인근에서 스키 리조트를 운영하는 베르나르 찬넨씨다. 그는 "(시신은) 2차 대전 시대의 옷을 입고 있었고, 빙하 속에서 냉동된 덕분인지 (시신이) 완벽하게 보존돼 있었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은 부부가 크레바스(빙하의 표면에 깊게 갈라진 틈)로 추락해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르마탱은 이들의 신원은 지난 1942년 8월 15일 가축을 방목하기 위해 산에 올랐다가 행방불명된 구두 수선공 마르슬랭 뒤물랭(당시 40세)과 교사였던 그의 아내 프랑신(37)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부부가 실종된 이후 두 달 동안 수색 작업이 진행됐지만 허사였다.

그러나 지구온난화 덕분에 알프스의 빙하가 녹으면서 75년 만에 시신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실종 당시 부부는 7명의 자녀가 있었다. 그러나 실종 이후 고아가 된 자녀는 뿔뿔이 흩어졌으며, 현재는 2명의 딸만 생존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의 신원을 추적하기 위해 DNA 검사가 예정돼 있지만, 마르셀린 우드리 뒤믈랭(79)이라는 여성은 발견된 두 사람이 자신의 부모라고 주장했다. 여성의 말에 따르면 부부는 1942년 소에게 풀을 먹이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실종됐다.

여성은 "아버지는 신발을 만들어 파는 일을 했고 어머니는 교사였다"며 "아들 5명과 딸 2명이 있어 평소 어머니는 아버지를 따라 산행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시 마을 주민들과 구조 당국이 수색에 나섰지만 찾지 못했다. 부모의 실종 이후 7명의 자녀들은 서로 다른 위탁 가정으로 보내졌다.

사고 당시 네 살이었던 막내딸 마르셀린 위드리-뒤물랭(79)씨는 르마탱 인터뷰에서 "우리는 부모님을 찾는 데 평생을 보냈다"면서 "온전한 모습을 한 두 분의 장례식을 치를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마르셀린씨는 장례식에 검은 옷을 입지 않기로 했다. 그는 "내가 절대 잃지 않았던 희망을 나타내는 흰색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