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적막감 흐르는 한국항공우주산업
[김승혜 기자]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일부 협력업체 사이에 비정상적인 자금 거래가 있다는 정황을 포착함에 따라 향후 수사 방향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하성용(66) 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재직 당시 박근혜(65ㆍ구속기소) 전 대통령과 지근거리에 있는 ‘친박계’ 의원의 전 보좌관을 KAI 고위 임원으로 영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하 전 사장은 박 전 대통령뿐 아니라 친박 의원들에게 정치후원금을 낸 것으로 파악됐다.

22일 한국일보와 사정당국에 따르면, 대표적 친박 의원으로 분류되는 야당 중진의원 보좌관을 지낸 P(56)씨는 2015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KAI 임원으로 재직했다. 공식 직책은 하 전 사장 보좌역으로, 국토교통부 장관정책보좌관으로 근무했던 P씨 경험을 살려 항공정비(MRO) 사업 진척을 위해 채용했다는 게 KAI 측 설명이다. KAI는 2014년 12월 경남도 및 사천시와 사업양해각서(MOU)를 맺고 사천 일대에 항공정비 클러스터를 조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P씨는 해당 분야 전문성이 없는데다 실제 역할도 모호해 하 전 사장이 당시 A 의원과의 관계 때문에 자리를 마련해줬다는 얘기가 KAI 내부와 방산업계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P씨가 국토부에서 장관정책보좌관을 맡긴 했지만 그의 주요 이력인 청와대 정무수석실 근무와 공보처 전문위원, 한나라당 국회 보좌관협의회 회장 등은 KAI 업무와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A 의원은 KAI가 위치한 사천시 인근 지역구 의원으로, 지난해 총선 때 하 전 사장이 A 의원 선거캠프를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KAI를 떠난 P씨는 올해 초 수도권의 지방자치단체가 지분을 보유한, 도시개발사업 정보통신기술(ICT) 설계 등을 운영하는 회사 대표로 옮겼다. 한국일보는 KAI에서 일하게 된 경위와 하 전 사장과의 관계 등을 확인하기 위해 P씨와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

하 전 사장이 박 전 대통령 및 친박 의원 등 정치권에 줄을 대려고 노력한 흔적은 이뿐만이 아니다. 2012년 8월 하 전 사장은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나선 박 전 대통령에게 법정상한인 1,000만원을 기부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에게 1,000만원을 기부한 사람이 57명에 불과했고, 대부분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대표적 친박 인사들이어서 하 전 사장의 존재감은 더욱 부각됐다. 하 전 사장은 지난해 초에는 두 차례에 걸쳐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B 의원에게 500만원을, 2014년에는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C 의원에게 400만원을 후원했다. 두 의원 모두 친박 정치인으로 분류된다.

검찰도 하 전 사장이 연임 로비를 시도하는 등 정치권과 부적절한 관계가 있었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단계에선 구체적인 첩보를 갖고 있지 않지만, 수사를 하다 보면 맥이 닿을지도 모르는 만큼 안 볼 것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KAI와 일부 협력업체 사이의 비정상적인 자금거래 정황을 포착, 리베이트 등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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