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시중은행들이 올해 상반기 경기호전과 시중금리 상승 속에 가계대출로 인한 이자수익 확대에 힘입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두었다.

철저한 뒷문 잠그기로 대손충당금이 많이 줄어든 측면이 있지만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대책으로 대출 자산을 큰 폭으로 늘리지 못하자, 대출금리와 예금금리의 차이(예대마진)를 벌리는 식으로 수익을 확대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 우리은행, 하나금융이 벌어들인 순이익은 5조8천786억원으로 6조원에 육박한다.

신한금융은 상반기 1조8천891억원, KB금융은 1조8천60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각각 2001년과 2008년 지주사 설립 이후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했다.

우리은행과 하나금융도 각각 1조983억원과 1조310억원 등 1조원이 넘는 순익을 벌어들여 각각 2011년과 2015년 이후 최대 실적을 냈다.

대형은행들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은 리스크 관리에 따른 대손비용 감소와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 증가도 일조했지만 주요 수익원인 이자수익의 성장세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예대마진을 나타내는 은행의 핵심 수익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국민은행이 2분기 1.72%로 전분기 대비 0.06%포인트, 신한은행이 1.56%로 0.03%포인트, 우리은행이 1.45%로 0.01%포인트 개선됐다.

이같은 순이자마진 개선의 정도는 은행의 여신증가와 같이 움직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은행들은 올해 들어서도 주택담보대출과 자영업자대출 등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여신을 늘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대출 기준)는 지난 5월 현재 연 3.47%로 집계돼 기업대출 금리 연 3.45%보다 0.02%포인트(p) 높아졌다.

가계대출금리가 기업대출 금리보다 높아진 것은 2010년 3월(가계 5.80%, 기업 5.74%) 이후 7년 2개월 만이다.

1천400조 원에 육박하는 부채에 대한 이자를 내느라 가계는 등이 휘어지고 있지만, 은행들은 실적잔치를 하고 있는 것이다.

동부증권 이병건 애널리스트는 "시중은행들이 자영업자 및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여신을 늘리면서 자산건전성 개선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으며, 은행들의 위험회피 경향은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작년까지 은행권의 실적을 끌어내린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이 마무리되면서 대손비용이 줄어든 덕도 봤다.

이같이 은행권이 역대 최대 실적 호황을 누리면서 '성과급 잔치'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금융권에서는 경기가 좋지 않고 불확실성이 클 때 은행의 수익이 나아진다는 공식이 이번에도 성립됐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경기 불황속에서 은행권이 차주의 부담은 외면한 채 손쉽게 돈을 벌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역설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고 불확실성이 클 때 은행들이 시장 변동성을 틈타 예대마진을 벌려 폭리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며 "금융산업이 양적·질적 측면에서 성장했지만 국민경제 차원에서 성장에 상응할 정도의 기여를 했는지를 곱씹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소원 관계자는 "미국의 기준금리가 0.5%포인트 오르는 동안 국내 대출금리는 0.46%포인트 상승한 반면, 예금금리는 거의 종전대로 적용하고 있다"면서 "국내 은행들의 금리 적용이 얼마나 불합리하게 운용되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와 공정위 등을 통해 국내 금융사들에 대한 강도 높은 조사를 통해 불공정한 금리 체계를 개선해 국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는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와중에 금융당국은 새 정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연내 금융회사들의 단기성과 중심의 고액성과급 지급에 제동을 걸겠다며 칼을 빼 들고 나서 효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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