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 인천본부세관장 인사를 청탁하고, 금품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재판을 받고 있는 고영태(41)씨가 "증거 인멸과 도망을 0%도 생각해본 적 없다"며 보석을 허가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고씨는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조의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알선수재 등 혐의 4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구속 상태를 풀어달라며 보석을 주장했다.
 
  형사소송법 95조에 따르면 피고인이 사형, 무기 또는 장기 10년을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거나 상습범,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있을 때를 제외하고 보석을 허가해야 한다.
 
  고씨는 "국정농단 사건이 전경련의 배임, 횡령으로 끝날 수사였는데 제가 적극 참여해 알려지게 됐다"며 "구속 전까지 검찰, 특검에 (조사받기 위해) 나갔고 도망이나 증거인멸을 0%도 생각해본 적 없다"며 보석을 허가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이어 "자유로운 몸으로 변호인과 논의해 진실을 꼭 밝히고자 한다. 꼭 (허가를) 해주셨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고씨 측 변호인도 고씨의 보석신청 심문기일에서  "고씨에게 적용된 사기, 마사회법 위반, 알선수재 모두 보석의 제한 사유가 되는 중범죄가 아니다. 피고인의 사기 피해액은 8000만원, 알선수재는 2000여만원이어서 상대적으로 경범죄" 라며 "오랜 기간 광범위하고 면밀하게 수사가 이뤄졌다. 단지 피고인이 주말에 보낸 검찰 문자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소환불응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알선수재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것을 체포 직전까지 알지 못했고 방어권 행사를 할 기회가 없었다"며 "국정농단 사건의 가장 중요한 제보자로서 구속 이후에도 다른 사건 재판에 출석했다는 점, 최순실 재산환수법이 발의된 가운데 재산환수를 위해 중요한 사실관계를 밝히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 등을 보석신청 근거로 들었다.

  반면 검찰은 "고씨가 최순실씨(비선실세)와의 친분을 이용해 국가공무원 인사에 개입해 금품을 받고, 자신의 위세를 악용해 피해자 자금을 가로챈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사항으로 석방될 경우 무거운 처벌을 예상하고 도주할 우려가 상당하다"며 고씨의 보석신청을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변호인은 검찰의 위법 수사를 주장하나 정당하게 체포했고 이후 법원에서 다시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주말에 연락을 안받았다고 부당하게 체포했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며 "석방되면 말 맞추기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보석 청구를 기각해 달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검토해 보석 허가 여부를 추후 결정할 예정이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공판준비절차를 마치고 오는 8월10일 오후 2시에 첫 공판을 열기로 했다. 첫 재판에서는 김수현 전 고원기획 대표의 증인 신문이 이뤄질 예정이다.

  재판부는 최순실씨와 김종 전 문체부 2차관, 하정희 순천향대 교수, 류상영 전 더블루케이 부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고씨 변호인은 재판 끝무렵 재판부에 법정 질서 유지를 요청했다. 변호인은 "재판이 끝나고 방청석에 있는 이들이 고씨와 가족, 변호인, 심지어 재판부에게까지 험악한 말과 욕설을 심하게 한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법정에서 질서는 엄격히 유지돼야 한다"며 "재판을 방해해서는 안되고 검사나 변호인, 피고인에게 위협적인 언사나 폭언이 있어서는 안된다. 법적으로 문제될 수 있으니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고씨는 인천본부세관장 인사 청탁의 대가로 2000만원을 수수한 의혹을 받고 있다. 주식투자금 명목으로 지인으로부터 8000만원을 빌린 뒤 돌려주지 않은 혐의(사기)와 2억원을 투자해 불법 인터넷 경마 도박사이트를 공동 운영한 혐의(한국마사회법 위반)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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