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아마존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53)
[이미영 기자]미국 아마존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제프 베조스(53)가 27일(현지시간) 주가 급등에 힘입어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61)를 제치고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부호의 반열에 올랐다.

그는 지난 1994년, 뉴욕 월스트리트에 위치한 헤지펀드 데이비드 E 쇼 컴패니에 근무하던 30세의 청년 부사장은 어느 날 잡지를 보다가 인터넷의 규모가 1년 새 2,300배 성장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그는 바로 인터넷에서 판매하면 적합할 물건들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사무용품, 의류, 음반, 책… 그래 책이 적합하겠군. 어디서 구매하든 품질이 동일하고, 배송도 쉽다. 출간된 책의 종류는 셀 수조차 없을 정도로 많은데, 이를 모두 갖춘 오프라인 매장은 없지 않은가. 인터넷을 통해 책을 판매하면 대형 물류 창고를 활용해 세상에 있는 모든 책을 소비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겠지.’

청년은 자신의 생각을 바로 실천했다. 사표를 내고, 사업을 함께할 동지를 찾은 다음, 뉴욕(극동)에서 시애틀(극서)로 거점을 옮긴 후 자신의 차고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했다.

그냥 월스트리트의 투자회사만 다녀도 청년의 인생은 탄탄대로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자리에 만족하지 않았다. 사표를 내자 잠시 더 생각해보라며 그를 잡는 사장의 손길을 80살까지의 인생 계획이 있다며 뿌리쳤다. 그는 즉흥적이었지만, 경솔하진 않았다. 1994년 당시 존재하던 상위 20개의 인터넷 쇼핑몰을 꼼꼼히 검토하며 자신의 아이디어가 사업성이 있는지 하나하나 검토했다. 창업을 위해 투자자를 찾았다. 첫 투자자는 그의 부모였다. 노후자금으로 준비해둔 30만 달러를 아들의 사업에 과감히 투자했다.

‘이름은 뭐가 좋을까… 끈질김(Relentless)이 좋겠군. Relentless.com으로 합시다.’

하지만 다른 건 다 찬성하던 동지들이 이것만은 결사 반대했다. 결국 그는 고집을 꺾고 다른 이름을 찾기 시작했다. 눈에 띄기 위해 알파벳의 처음인 A로 시작하는 이름을 찾던 그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마술 주문 ‘아브라카다브라’로 쇼핑몰의 이름을 짓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이 아이디어도 기각 당하고 만다(아마도 도메인 선점의 문제였을 것이다). 결국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길고, 수량이 가장 풍부한 강 ‘아마존’에 시선이 꽂힌다. 결국 아마존의 지류와 수량처럼 다양하고 많은 물건을 파는 쇼핑몰이 되자는 의미에서 자신의 인터넷 쇼핑몰을 ‘AMAZON.COM’으로 이름 붙인다. 미국 최대의 인터넷 장터 ‘아마존’이 탄생한 순간이다. 아마존을 창업한 그 청년의 이름은 제프리 프레스턴 베조스(Jeffrey Preston Bezos), 줄여서 제프 베조스다.

베조스는 엑손의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부모님 휘하에서 많은 지원을 받으며 학업에 전념했다. 그는 과학 기술에 큰 흥미를 나타냈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중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미국의 명문 프린스턴 대학교에 입학한다. 처음에는 물리를 배운 후 대학교수를 하려 했지만, 이후 마음을 바꿔 전기 공학과 컴퓨터 과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 인텔 등 유수의 회사의 취업 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하고 월스트리트로 진출해 투자자로 활약한다. 26세의 나이로 데이비드 E 쇼 컴패니의 역대 최연소 부사장이 된 것도 이때쯤이다. 데이비드 E 쇼 컴패니에서 그는 자신의 반려가 될 맥킨지 베조스(Mackenzie Bezos)를 만났고, 둘은 곧 결혼하게 된다.

사람들은 베조스의 얘기를 하면서 아마존 얘기를 빼놓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의 인생이 곧 아마존의 역사고, 아마존의 움직임이 바로 그의 뜻이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등 미국 언론들은 27일(현지 시각) "이날 오전 뉴욕 증시에서 아마존 주가가 2%대 오른 것에 힘입어 제프 베조스 CEO의 자산 가치가 한때 906억달러(약 101조4000억원)를 찍으며 빌 게이츠(자산 가치 900억달러)를 앞섰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주가가 하락하는 바람에 베조스 자산은 893억달러로 줄어 세계 최고 부자 지위를 다시 빌 게이츠에게 내줬다.

올해 들어 아마존 주가가 40% 이상 오르면서 베조스는 지난 3월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을 제친 데 이어 1위 빌 게이츠를 넘보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베조스는 아마존 주식 17%를 보유하고 있다.

월가(街)가 베조스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거침없는 확장 경영 때문이다. 1994년 온라인서점 아마존을 창업한 이래 전자상거래, 드론 무인 택배, 인공지능 등 전방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아마존 제국'을 건설하고 있다. 300달러(약 33만원)로 출발한 아마존은 23년 만에 시가 총액 4999억달러(약 560조원)의 세계 5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여기에 아마존은 지난달 미국 식료품 체인 홀푸드를 137억달러(약 15조원)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오프라인 시장으로도 입지를 넓히고 있다. 올해 초 민간 우주로켓 경쟁이 달아오르자 10억달러어치의 개인 주식을 매각해 자신이 소유한 민간 우주개발 회사 블루 오리진에 쏟아부었다. 인공지능 비서 알렉사, 전자책 단말기 킨들 등도 베조스의 아이디어와 불도저 같은 추진력에서 나왔다.

언론에서는 베조스가 다시 부자 순위에서 빌 게이츠를 제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위기다. 미국 블룸버그는 "아마존의 성장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베조스가 왕좌를 다시 찾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미국 CNBC방송도 "빌 게이츠는 은퇴했지만 베조스는 여전히 현역으로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올 들어 재산이 가장 많이 증가한 부자는 중국 최대의 택배회사인 순펑(順豊)의 창업자인 왕웨이(王衛∙46)다. 염색 공장의 인부로 시작해 중국 택배업계 최대 부호로 성장한 '중국몽'의 주인공인 그의 재산은 무려 184억 달러(약 20조4939억원)가 늘었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CEO도 114억 달러(약 12조6973억원)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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