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대선 패배 이후 잠행 중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놓고 잡음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다가오는 전당대회 등 당의 중대 기로를 두고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당 당권 경쟁이 본격화한 30일 당내에선 안철수 전 대표의 전당대회 등판론과 책임론이 맞서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안 전 대표의 등판 가능성이 현실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출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안 전 대표가 불출마를 언급하지 않고 있는 탓이다.

창당 이래 최악의 위기인 당을 더는 방치해선 안된다는 의견이 당내 중론인 가운데, 안 전 대표가 어느 방향이든 전면에 나서달라는 의견은 그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특히, 안 전 대표는 최근 안철수계로 분류되는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전당대회 출마를 묻는 질문에 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안 전 대표의 지지 당원들로 구성된 미래혁신연대는 안 전 대표의 당대표 출마를 요구하고 나섰다. 소속 일부 지지자들은 국민의당 당사와 안 전 대표의 서울 노원구 상계동 자택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실제로 한 국민의당 관계자에 따르면 몇몇 측근 인사들이 안 전 대표와 만나 전대 출마 등 향후 방향을 놓고 의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24일 당 비대위-혁신위-전준위 간담회 자리에서는 이찬열 의원이 대선 패배와 제보조작 사건 등의 책임을 들며 안 전 대표의 정계은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은 하루 뒤인 25일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원장이 당내 혁신 의지 부족을 꼬집는 중에 덧붙이는 취지였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김태일 혁신위원장 역시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해 꾸준히 안 전 대표 책임론을 들고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몇몇 인사들은 안 전 대표의 은퇴론에 선을 긋고 나서고 있다. 이언주 원내수석부대표는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국민의당은 안철수라는 자산 위에 서있는 당"이라며 "제발 우리 스스로 그 자산을 상처내진 말아야 한다"고 적었다.

이동섭 의원은 27일 회의 공개 발언을 통해 "안 전 대표 비판은 지난 대선에서 안 전 대표를 지지했던 700만 국민 뜻을 저버리는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국민의당의 소임과 자세는 안 전 대표를 끝까지 지키고 보호하는 게 정도"라고 두둔하기도 했다.

안 전 대표는 지난 12일 제보조작 파문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것 외에는 여타 공식 일정을 자제하고 있다. 그동안 당내 다수 인사들은 하나같이 "적절한 시기가 되면 나설 것"이라고 설명해왔지만 최근 커져만 가는 논란을 고려하면 안 전 대표가 직접 나서서 정리해달라는 목소리도 점차 힘을 받고 있다.

한편 당권 도전을 시사했던 이들 역시 안 전 대표의 선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출마를 공식화한 정동영 의원과 천정배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주자들은 여전히 정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 '안철수 출마'라는 변수 탓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출마 쪽으로 결론을 굳힌 이동섭 의원은 28일 관련 통화에서 "안 전 대표가 출마하게 되면 저는 당연히 최고위원으로 내려가서 출마할 것이고 안 전 대표가 안 나가면 당대표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대표 하마평에 오른 또다른 인사 역시 이날 통화에서 "안 전 대표 출마 여부를 지켜보면서 (당대표로 출마할지 최고위원으로 출마할지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상황 변화에 따라 한때 일각에서 제기됐던 안 전 대표의 서울시장 등 내년 지방선거 출마설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들어가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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