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정유라씨가 덴마크에서 귀국한지 31일로 꼭 2개월이 됐다.

앞서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매번 기각된 검찰이 3차 영장 청구를 시도할지, 아니면 그냥 불구속 기소할지 관심이 쏠린다. 정씨가 그동안의 태도를 바꿔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만큼 불구속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지난 28일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최순실씨의 은닉 재산을 추적하고 있는 안원구 전 대구지방 국세청장은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충연해 “정유라가 ‘최순실 재산’ 키맨으로 모녀 갈등이 예사롭지 않다” 밝힌 바 있다.

이날 안 전 청장은 중요한 60대 여성 제보자를 만났는데 정유라씨가 키맨이라고 하더라며 “숨겨져 있는 금융자산이 이미 정유라에게 다 넘겨졌지 않을까 추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 전 청장은 지금 정유라‧최순실씨의 갈등도 돈에 대한 주도권 싸움일 수도 있지만 “의도된 대로 계획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짐작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유럽 현지 상황에 대해 안 전 처장은 “그동안 재산 형성이나 은닉에 도움을 줬던 분들은 최순실씨의 구속 여부와 관계없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는 정황을 봤다”고 전했다.

정씨는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깜짝’ 출석해 솔직한 증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는 “말 비타나V를 블라디미르 등 다른 말들로 교환하는 계약을 삼성이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어머니(최순실)로부터 ‘살시도(말 이름)를 돈 주고 살 필요 없다. (유라) 네 것처럼 타면 된다’는 얘길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세계일보는 이른바 ‘말 세탁’과 관련해 삼성과 최씨 간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음을 드러낸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씨는 “말이 바뀌기 바로 전날 어머니(최씨)가 코펜하겐 공항에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 등 삼성 관계자 3명과 만났다”며 “현지 승마코치 캄플라데로부터 이 같은 사실을 들었고 필요하면 음성 녹음 파일도 제출하겠다”고 향후 재판과 수사에 적극 협조할 의사도 내비쳤다.

심지어 그는 “삼성 측으로부터 ‘국제승마연맹 홈페이지에 말 살시도가 삼성 소유로 돼 있는데 문제가 될 수 있으니 말 이름을 바꾸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어머니(최씨)는 ‘공주 승마’가 논란이 됐는데 삼성 말을 타는 게 알려지면 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고도 했다.

죄다 어머니 최씨에게 불리한 내용이다. 지금까지와 달리 당당하고 침착한 태도로 증언을 마친 정씨는 취재진에 둘러싸여 법정을 빠져나갔다. 그동안 검찰과 특검 수사에 성실히 협조한 최씨 조카 장시호씨에게 열광을 보낸 국민은 이번에는 정씨를 향해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오죽하면 최씨 변호인들 사이에서 “정씨가 (어미를 죽이는 뱀을 뜻하는) 살모사 같다”는 탄식까지 나왔다. 당황한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가 “특검이 정씨를 회유했다”고 주장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최씨도 지난 26일 이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자진출석한 것’이라고 우기면서도 정작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증인 신문엔 “답변을 거부한다”라는 말로 일관했다. 재판장이 “그럼 왜 나왔느냐”고 묻자 뻔뻔하게도 “나오라고 하니까 나왔다”고 답해 방청객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증인 신문을 시작하자 최씨는 갑자기 딴 얘기를 늘어놓았다.

올해 21세로 법적으로 성인인 딸 정유라씨가 순전히 자신의 결단으로 법정에 출석해 삼성의 말 지원 등에 관해 솔직한 증언을 했는데 마치 특검팀의 ‘막후공작’이 있었던 것처럼 몰아붙였다.

딸과 다른 증언을 하면 위증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으면 딸의 증언이 옳다고 인정하는 셈이 되니 그냥 법정에 나와 한바탕 ‘쇼’를 벌인 것이다. 증언은 안 하고 쓸데없는 소리만 늘어놓는 최씨의 태도가 짜증이 난 재판부가 “이 자린 증인이 하고 싶은 말 하는 게 아니라 답하는 자리”라며 “하고 싶은 얘기가 있으면 말씀드릴 기회를 드리겠다”고 말을 끊어버릴 정도였다.

정씨의 증언 이후 검찰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대 학사비리 재판에서 1심은 정씨 모녀가 공모해 부정입학, 학사부정 등 비리를 저지른 사실을 인정했다. 정씨를 기소하면 유죄 판결을 받아내는 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한편 검찰은 정씨에 대해 3차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대신 불기속 기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며 다만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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