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한때 ‘청량리 588’이라는 집창촌으로 유명했던 전농동 588번지.

속칭 ‘청량리 588’이라 불리는 이곳의 철거가 마무리되면 늦어도 2021년까지 65층 주상복합건물 4개 동과 호텔, 오피스텔, 백화점이 들어서는 신도심으로 바뀐다.

‘청량리 588’은 1980년대 150여 개 성매매업소가 성업을 하며 미아리, 천호동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집창촌으로 꼽혔다. 지난해 도심재개발사업 본격화로 철거 작업이 진행되면서 앙상한 뼈대와 흔적만 남았다. 

기자가 찾은 지난달 31일 비가내린 이곳은 성매매 업소들은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로 흉물스럽기까지 했다. 한때 ‘아가씨’들의 뒷모습을 비췄을 대형 거울들은 산산조각이 나 있었다. 유리문 곳곳에는 붉은색 스프레이로 커다란 ‘X’자가 그려져 있었다.

벽에는 비난의 목소리와 홍등가를 추억하는 목소리가 교차했다. 누군가는 검정색 매직으로 ‘오빠! 삼춘들! 고마웠어요. 588 대표 자기가’라고 써놓았고, 누군가는 붉은색 스프레이로 ‘성매매는 불법입니다 신고합시다’라고 적었다. 

공터마다 둘러쳐 놓은 황갈색 가림막 안에서는 이미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청량리 일대는 1994년 서울시 도심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주민 간 의견 다툼으로 개발이 지연되다 2015년 동대문구가 관리처분 인가를 내리면서 재개발 사업이 본격화됐다.

지난해 5월 이주가 시작되면서 포주와 세입자들은 청량리4구역 비상대책위원회를 조직해 영업비 보상을 요구하며 토지주, 건물주로 구성된 도시환경정비사업추진위원회와 팽팽하게 맞섰다.

이날 만난 청량리4구역 재개발 조합 관계자는 “냉정하게 따지면 여태까지 불법 성매매 업소를 운영해온 세입자들에게 많게는 2000만원까지 보상을 해줬는데 보상금을 5000만원까지 올려달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원래 있던 포주와 세입자 100여 명은 다 떠나고 10명 내외만 남아서 집회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대책위 일부는 ‘조직폭력배로 구성된 깡패! 추진위는 수십 년간 악덕 포주였다’, ‘조폭 추진위는 물러가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건 채 청량리 어귀의 영업장을 지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북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박기동)는 배임수재 혐의로 김모씨(50)와 이모씨(51)를 구속 기소했다는 소식을 받았다.

검찰이 조직폭력배로 알려진 김씨와 이씨는 2014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재개발 사업 추진위원회·공동시행사에서 임원 자격으로 활동하면서 철거업체 등으로부터 용역 계약을 대가로 14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는 것이다.

그리 길지 않은 골목을 나오자 비가 그쳤다.

한편 청량리 588 일대에는 2021년까지 65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 4개 동과 42층 높이의 호텔·오피스텔·백화점 등 랜드마크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며 청량리4구역을 재개발한 ‘청량리 롯데캐슬’ 1291가구가 오는 10월 분양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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