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순실 뇌물' 관련 49차 공판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김홍배 기자]"박 전 사장과 황 전 전무로부터 '삼성이 승마협회를 맡아놓고선 정유라를 지원하지 않아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야단을 친 것 같다', '최순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박 전 대통령에게 어떤 말을 들을지 모른다'라고 보고받은 게 맞는가"

"네"(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급))

최순실씨가 자신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 훈련 지원에 미진했다는 이유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삼성그룹을 비방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1일 장충기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 5명의 뇌물공여 등 혐의 재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는 전날 이뤄진 박상진(64) 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54) 전 삼성전자 전무 등의 피고인신문과 유사한 취지의 증언으로 풀이된다. 최씨의 요구와 압박으로 어쩔 수 없이 승마 훈련 지원이 이뤄졌을 뿐 뇌물을 건넨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장 전 차장은 먼저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 지난 2014년 9월 열린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이뤄진 단독 면담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이 "삼성그룹이 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아 달라"는 요청을 건넨 것은 전언으로 들어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지난 2015년 7월 이뤄진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의 단독 면담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질책했다는 점은 회의를 통해 들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이 올림픽 승마 선수들에 대한 지원이 미진하다는 것이다.

삼성그룹은 이후 박 전 사장과 황 전 전무 등을 독일로 보내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를 만나는 등 조치를 취했다. 장 전 차장은 독일 출장에서 돌아온 박 전 사장으로부터 박 전 전무가 말한 최씨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최씨의 영향이 대단하다는 등 얘기를 했다면 당연히 검증해봐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장 전 차장은 "박 전 사장의 감각을 믿었다"라는 취지로 특검팀에 답했다.

다만 장 전 차장은 "박 전 대통령이 최씨가 원하는 대로 지시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장 전 차장은 "특검팀 조사를 받을 당시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언론이 집중보도하는 와중에 최씨 뜻이 대통령 뜻일 수도 있겠구나라고 추측해서 진술한 부분이 있다"라며 "대통령이 (승마 훈련 지원을) 강요했단 사실이 밝혀지면 회사 입장에선 법적 책임을 면할 수 있지 않나 생각했던 것도 있다"라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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