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한번 바꿔라. 시장과 기술의 한계를 돌파해야 한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연초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으로 출근해 계열사 사장들에게 이 같은 주문을 했다.

그리고 5개월.

▲ 이건희 회장
이건희 회장은 지난달 30일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삼성미래전략실’의 새판을 짰다.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김종중 전략1팀장(사장)을 제외한 팀장급 인사 6명이 교체됐다.

미래전략실은 그룹 사업별로 전략1팀(전자), 전략2팀(비전자), 금융일류화추진팀(금융TF)이 업무를 분담해 큰 틀을 짜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그룹 안팎에서는 삼성그룹 전체에 제2의 신경영에 버금갈 정도의 체질개선 작업이 뒤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인사가 이 회장의 주도로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그룹 전체에 위기의식을 강조하기 위해 특유의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그룹은 “이번 인사는 그룹이 추진하는 ‘마하경영’의 효율적 실행을 위해 현장의 역량을 강화하고 현장의 권한을 위임하기 위한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경영지원 인프라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인사와 커뮤니케이션 업무 등을 맡아온 미래전략실 팀장들을 대거 전진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그룹의 살림은 전자가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삼성그룹의 17개 상장사는 올 1분기에 매출액 73조3284억원과 영업이익 8조4340억원을 올렸다.

이 가운데 전자는 그룹 매출액의 약 73%를 차지하는 53조675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8조4887억원을 내며 다른 계열사의 부진을 만회했다.

결국 삼성은 그룹 역량 70%가량이 전자에서 나온다는 점을 고려해 ‘제2의 신경영’으로 불리는 ‘마하경영’을 전자부터 시작, 그룹 전반으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반도체 사업장의 백혈병 문제 등 사회적 이슈와 안전사고, 채용방식 변화 등 인사 현안 등 현안이 대부분 전자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인사를 단행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새로 미래전략실 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임원들이 직전 팀장들에게 업무를 배워왔다는 점에 기인해 컨트롤타워(미래전략실)의 역할이 ‘지휘’에서 ‘지원’으로 바뀔 것이라는 분석도 거론된다.

게다가 이건희 회장과 장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식직함 역시 모두 삼성전자다. 타 재벌총수 대기업 회장들이 그룹 회장 직함을 달고 있는 것과 사뭇 다르다. 전자가 삼성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그만큼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를 경영권 승계와 맞물려 해석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 부문을 물려받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전자에 보다 힘을 실기 위해 이번 인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사실 재계는 장남인 이재용 부회장이 전자를 승계받는 것은 기정사실화된 상황으로 보고 있다. 이번 인사로 전자의 힘이 강화된 만큼 이재용 부회장의 역할과 위상 역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삼성그룹 내에서도 파격으로 꼽힌다. 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라며 “이 회장은 최근 ‘오래 있던 사람들이 늘 하던 방식대로 일을 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모든 것을 바꿔야 하는 마하경영을 실현하기 위해 첫 단추를 인적쇄신으로 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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