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최근까지 종편 등 국내 방송에 출연해 북한 체제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하다가 돌연 재입북한 탈북민 임지현(25·여)씨에 대해 경찰이 납치가 아닌 자의적인 입북이라고 판단, 사법처리 절차를 밟을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6일 공안당국에 따르면 '탈북자 임지현 월북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보안수사대는 임씨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유효기간이 10년인 체포영장을 검찰에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은 체포영장에 적시할 죄명으로 국가보안법 제6조 '잠입·탈출' 혐의를 고려하고 있다.

그간 경찰은 임씨와 지인 간 전화통화·이메일·카카오톡 등 통신기록 뿐만 아니라 임씨 명의로 된 금융계좌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다각도로 분석했다.

임씨의 출입국 기록과 주변인물에 대한 탐문수사 등을 통해 지난해 여름 중국을 경유해 밀입북을 시도하려다 포기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찰 내에서는 임씨의 월북이 북한 당국에 의한 강제 납북보다는 계획적인 자진입북이라는 데에 무게를 두고 있다.
 
임씨에 대한 사법처리를 위해선 신병을 조속히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인 만큼 체포영장은 검찰과의 조율을 거쳐 수사지휘를 받는 대로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임씨가 북한 내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장기 수사 체제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유효기간이 약 10년인 체포영장을 발부해 줄 것을 검찰과 법원에 요청할 계획이다.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은 사안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영장발부일로부터 7일인 점을 감안하면 '유효기간 10년'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한다면 경찰은 최장 10년 간 임씨의 행방을 쫓아 집행에 나서게 된다.
  
밀입북자에 대해 체포영장을 집행한 전례는 드물지만 몇 차례 있었다.

노수희 전 조국통일범민족연합 남측본부 부의장은 2012년 3월24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00일 추모행사 참석차 무단방북한 뒤 같은 해 7월5일 판문점으로 귀환, 공안당국에 체포됐다.

임수경 전 민주당 의원·문규현 신부(1989년 8월15일), 안호상·김선적씨(1995년 4월16일), 고 박용길 장로(1995년 7월31일), 황선씨(1998년 11월3일), 한상렬 목사(2010년 8월20일) 등이 무단 방북한 뒤 체포돼 처벌받은 바 있다.

경찰 관계자는 "임씨가 자진입북한 것으로 확인된 이상 사법처리를 안 할 수는 없지 않겠냐"면서 "단기간 안에 신병을 확보할 가능성은 낮기 때문에 유효기간이 10년 정도인 영장이 필요하다. 잠입·탈출죄의 공소시효는 10년 이상으로 더 길다"고 말했다. 지명수배 대상 피의자에 대한 체포영장의 유효기간은 공소시효 만료일까지다

경찰은 당분간 임씨에 대한 즉각적인 신병확보 대신 자진입북을 결심하게 된 동기나 배경을 파악하는 데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경찰은 임씨가 재입북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입북 전 거주지역인 서울뿐 아니라 제주도 등 일부 지방에 살고 있는 지인을 수소문하며 주변 인물을 상대로 탐문수사를 하고 있다.

특히 임씨가 탈북 전후 시점에 북한 당국 지령을 받거나 정기적으로 접촉했는지, 국내 정착 생활에 회의감을 갖고 재입북 했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고 있다.

또 중국 내 신용카드 결제 내역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면서 북한에 입북한 경로와 과정 등 구체적인 행적을 파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임씨가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출신 대남공작원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수사팀은 임씨가 북한에 남은 가족을 탈북시키기 위해 재입북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공안당국 관계자는 전했다.

만약 임씨가 향후 체포돼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죄로 유죄를 받는다면 징역 5~10년 이상의 중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의 지배하에 있는 지역으로부터 잠입하거나 그 지역으로 탈출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이 가능하다. 반국가단체의 지령을 받거나 지령과 관련된 목적수행 협의 또는 협의를 하기 위해 잠입·탈출한 경우에는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처벌토록 규정돼 있다.

다만 북한 당국이 신병을 인계하지 않는 이상 임씨를 체포하는 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현재로서는 중국 내 행적을 파악하는 게 수사의 종착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수사팀에서도 임씨를 체포한다는 건 불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국내에서 임씨의 자진입북을 묵인하거나 공모한 정황은 없어 지인들을 사법처리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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