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자신의 뇌물수수 등 혐의 공판에 출석했다.
회색 정장을 입고 트레이드마크인 올림머리를 한 채 법정에 들어온 박 전 대통령은 얼굴에 미소가 가득했다. 지난 4월 17일 구속기소 된 이후 처음으로 활짝 웃는 표정을 지은 것이다.
이는 전날 진행된 이 부회장의 결심공판에 대한 만족감을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최후진술에서 울먹이며 "제 사익이나 개인을 위해서 대통령에게 무엇을 부탁하거나 기대한 적이 결코 없다"며 박 전 대통령과의 '뒷거래' 혐의를 완전히 부인했다. 또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삼성은 피해자'라는 입장을 내세우는 가운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가 '경제적공동체'라는 검찰의 판단을 법리적으로 반박했다.
특히 "국정농단 실체가 일부분 왜곡됐다"며 국정농단을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동범행이 아닌 최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최씨와 연결고리를 끊고 뇌물죄를 벗으려는 박 전 대통령을 변호해 준 것과 같은 셈이다.
한편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박영수 특별검사가 전날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것에 대해 “예상보다 매우 중한 형의 구형”이라고 평가했다.
판사 출신인 박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사건은 횡령과 재산 국외도피가 끼어 있긴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뇌물공여를 위한 일종의 자금을 만들고 재산도피를 한 것”이라며 “일반적으로 뇌물수수보다는 뇌물공여가 가볍게 처벌된다. 그런 측면을 감안해 징역 10년쯤 정도 구형을 예상했는데 12년으로 구형됐기 때문에 매우 중한 형의 구형이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재용 부회장은 최순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함께 국정농단의 한 축”이라며 “박영수 특검은 정경유착의 뿌리 깊은 고리로 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