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수업을 하지 않는 동생을 담임으로 올려놓고 억대의 국고 보조금을 받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의 한 어린이집 원장이 경찰에 입건됐다.

 서울 양천경찰서는 A어린이집 원장 박모(54·여)씨와 친 동생인 원감 박모(50·여)씨를 영유아보육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원감은 어린이집에서 원장이 없을 때 원장을 대리하는 직책을 말한다.

 원장 박씨는 2013년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동생을 담임교사로 허위 등록해 1억500만원 상당의 국고보조금을 부당 수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원장 박씨는 2살 반을 임의로 두 반으로 나눠 여동생인 원감을 담임으로 등록해 국고보조금을 추가로 챙겼다. 하지만 해당 기간 2살 반에 등록된 10여명은 담임 한 명이 수업을 도맡았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원감이 수업을 하지는 않았지만 강의계획서를 작성하고 교사 회의에 참여해 왔다"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양천구청이 지난 2월21~22일 서울시와 함께 실시한 어린이집 실태 조사를 통해 꼬리가 잡혔다. 양천구청은 A어린이집의 보조금 횡령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원장 박씨는 2013년 A어린이집 옆 건물을 매입해 Y미술학원으로 등록해놓고 사실상 어린이집 형태로 운영한 사실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는 7세 이상 A어린이집 다니는 아이들을 Y미술학원으로 보내 미술, 영어 등의 수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유아 보육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어린이집 원장은 전임이어야 하며 다른 어린이집 사회복지시설 유치원과 종교시설 등 업무를 겸임할 수 없다. 양천구청은 박씨에게 겸업을 하지 말라고 시정명령을 내렸으며 결국 Y미술학원은 문을 닫았다.

 Y미술학원에 자녀를 보낸 한 학부모는 "박씨의 시동생이 Y미술학원 대표로 등록됐다고 하지만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면서 "학원 입학, 졸업 등 행사에는 모두 원장이 참여하는 등 실질적인 운영자는 원장 박씨였다"고 말했다.

 원감 박씨는 뉴시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보조금 횡령 혐의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만 거듭 밝혔다. 박씨의 사촌오빠라고 밝힌 B씨도 "혐의에 대해 어떠한 말도 할 수 없다"면서 "전화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4일 "원장 박씨가 변호사 앞에서 인정했던 모든 혐의를 경찰 조사에서는 부인하고 있고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서울남부지법은 증거인멸 가능성이 없고 공탁금을 접수한 점을 들어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 관계자는 "어린이집 운영과 관련한 국가보조금을 불법으로 허위청구 하는 사례가 다른 어린이집에서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번주 중 박씨 자매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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