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주일 넘게 지속되는 폭염=가마솥 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서울에 폭염특보가 8일 째 이어지고 있는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 물빛광장에서 어린이들이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김승혜 기자] 대구기상지청에 따르면 8일 경산 하양 낮 기온이 36.2도까지 치솟는 등 대구·경북에 '찜통더위'가 이어졌다. 비 소식에 이번 무더위는 다소 누그러질 전망이다.

대구기상지청에 따르면 지역별 낮 최고기온은 경주 35.8도, 경산 35.5도, 대구 34.5도, 구미 33.3도 등이다.

이렇듯 7월 중순부터 찾아온 찜통더위‘는 8월 들어서도 좀처럼 식을 줄을 모른다.

올해 여름 서울의 폭염일수는 지난 6일까지 12일(6월23일 포함)로, 지난해 8일보다 4일이 많다. 평균기온도 27.4도로, 지난해 26.8도보다 1도 높다. 여러 기상 지표는 올해가 지난해보다 더 덥게 느껴지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지난해 8월이 더웠던 이유는 중국 대륙의 열적 고기압(대륙성 열대기단)과 베링해-캄차가반도의 블로킹 고기압 때문이었다.

<한겨레>가 이날 올해의 기압 배치는 어떤지, 8월 남은 기간은 지난해보다 더 더울지 기상청에 문의한 내용을 전했다.

정관영 기상청 예보정책과장은 “아직은 지난해와 같은 기압 패턴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날씨가 맑고 대륙이 지속적으로 가열되고 있어 열적 고기압이 크게 발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 과장은 올해 7월 하순부터 8월 초 기간에 더웠던 것은 태풍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제10호 태풍 ‘하이탕’이 중국 대륙에서 소멸하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공급한 데 이어 제5호 태풍 ‘노루’가 북상하면서 또다시 고온다습한 공기를 보탠 데다 북쪽에서 차갑고 건조한 공기를 몰아올 제트기류의 흐름을 막았다. 이에 따라 서울의 경우 7월1일~8월6일 평균습도가 지난해 71.8%였던 데 비해 올해는 75.5%로, 같은 온도여도 훨씬 덥게 느껴질 조건이 됐다. 열대야 일수도 16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하루 많고, 최저기온 평균도 24.7도로 지난해(23.7도)보다 1도 높았다. 더 후텁지근해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았다는 얘기다. 최고기온 평균도 올해(27.4도)가 지난해(26.8도)보다 높았다.

현재의 기압 배치가 지난해와 다르긴 하다. 김성묵 기상청 통보관은 “지난해 한반도까지 덮을 정도로 세력이 컸던 중국 대륙의 열적 고기압이 올해는 크게 발달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상층 제트기류가 열적 고기압에 막혀 저기압이 한반도 쪽으로 쉽게 내려오지 못하는 상태가 오래 지속됐다”고 말했다.

여름의 폭염은 주로 북태평양고기압 영향으로 발생했지만 지난해에는 중국 대륙에서 발달한 열적 고기압까지 겹쳐 더위가 심하고 오래갔다. 북태평양고기압이 동서로 길게 늘어져 중국 대륙을 달구면서 키 큰 고기압으로 발달해 한반도 쪽으로 동진해왔다. 여기에 베링해에서 캄차카반도까지 블로킹 고기압이 자리잡아 열적 고기압의 동진을 막으면서 폭염이 계속됐다. 올해는 평소처럼 양쯔강 유역에 작은 크기의 고기압이 자리하고 있을 뿐 지난해처럼 5㎞ 이상의 상공에 이르는 키 큰 고기압은 형성되지 않은 상태다.

김성묵 통보관은 “지난해처럼 열적 고기압이 막고 있지 않기에 태풍 노루가 지나간 뒤 생긴 공백으로 북쪽에서 저기압이 한반도 쪽으로 이동할 여지가 생겼다. 9일께는 남서쪽에서 들어오는 저기압에 의해 고온다습한 공기가 한반도로 유입돼 한차례 폭염이 지나겠지만 북쪽에서 내려오는 기압골이 지나는 14~15일에는 전국에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평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8일 “제주도와 남부지방은 남서쪽에서 다가오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9일까지 비가 오겠다. 그러나 중부지방 등 나머지 지역은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 오르는 폭염이 이어지겠다”고 예보했다. 예상 강수량(8~9일지)은 전남 해안, 경남 해안, 제주 30~80㎜(많은 곳 120㎜ 이상), 강원 영동, 호남(전남 해안 제외), 경남 내륙, 경북 남부 20~60㎜, 충청 남부, 경북 북부 5~40㎜이다.

하지만 8월 하순 지난해와 같은 폭염이 기습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지난해에는 8월26일 비가 내리기 전까지 서울의 평균기온이 30도 안팎을 오르내리는 폭염이 지속됐다. 정관영 과장은 “현재 몽골 전면에 저기압이 위치하고 몽골 서쪽에 고기압이 발달해 있는데, 12~13일께 저기압이 빠져나가면 큰 기압능이 생겨 열적 고기압이 다시 형성될 수 있다. 만약 지난해처럼 키 큰 고기압으로 발달하면 14~15일 저기압이 빠져나가고 난 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고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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