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림 대작 사기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조영남이 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승혜 기자]미술 평론가 진중권(54) 동양대 교수가 가수 겸 화가 조영남(72)씨의 '그림 대작(代作)' 사건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1000% 조씨의 작품”이라고 주장했다.

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강호 판사 심리로 열린 조씨의 사기 혐의 결심 공판에 변호인 측 증인으로 나온 진 교수는 논란이 된 작품들의 저작권이 모두 조씨에게 있다는 취지의 증언을 내놨다.

진 교수는 1982년 서울대 미학과에 입학해 1992년 대학원에서 미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날 진 교수는 "작품에서 아이디어가 가장 중요하다"며 "해당 그림을 그리기로 한 사람과 그림을 시킨 사람, 시장에 작품을 관철시킨 사람 모두 조씨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작품들은 800%, 1000% 조씨의 원작이다. 진본 확인 역시 조씨가 다 하지 않았냐"며 "조씨가 그려달라고 하지 않았으면 안 그렸을 그림이다"라고 강조했다.

진 교수는 또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경우 그림을 한국에서 그렸어도 한국 작품이라고 안 한다"며 "중요한 건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한국저작권법상 창작 행위를 하지 않은 자에게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검찰의 지적에는 "그렇게 따지면 앤디 워홀도 유죄"라며 "그런 논리라면 세계적인 대가들은 한국에서 저작권 인정을 못 받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검찰 측 증인으로 나온 최경선 화백은 "조씨의 작품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아이디어만 제공했을 뿐 타인에 의해 만들어졌다면 위작이나 모작으로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조씨가 그림값으로 받은 금액은 통상 작가들이 30~50년 경력을 쌓아야 받을 수 있는 돈"이라며 "조씨의 (가수로서) 이름값이 아니었다면 그 값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취지의 증언을 내놓았다.

진 교수의 증언에 대해서는 "학자로서 할 수 있는 얘기"라면서도 "조씨를 그 기준에 맞추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지적했다.

최 화백은 "통념상 조씨는 가수다. 가수를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표현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내가 조영남의 노래를 부른다고 가수가 되는 건 아니지 않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수가 가난한 예술가에게 그림을 그리게 한 뒤 이를 고가에 판매한 건 사기"라며 "조씨는 지금이라도 스스로 사과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날 조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함께 기소된 조씨의 매니저에게는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조씨 측 변호인은 최후 변론에서 "조수들도 저작권이 조씨에게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조씨 역시 최후 진술에서 "나는 광주비엔날레에 초대를 받은 사람"이라고 운을 떼면서 "이 재판보다도 '조수를 쓰는 게 관행'이라고 한 발언으로 11개 미술 단체에서 나를 고소한 사건이 더 근심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사건이 이미 고소 각하 결정됐기 때문에 이 재판 판결이 나에게 불리하게 나와도 상관없다"며 "수고해주셨다"고 짧게 말했다.

조씨는 화가 송씨 등 2명에게서 건네받은 그림 20여점을 10여명에게 판매해 1억6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송씨 등이 그림을 90% 정도 그렸고, 조씨가 경미한 덧칠만을 한 뒤 자신의 서명을 남긴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의 선고는 오는 10월18일 오후 2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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