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나 같은 아이 한둘이 어지럽힌다고/모두 다 똑같은 손을 들어야 한다고/그런 눈으로 욕하지 마/ 난 아무것도 망치지 않아 난 왼손잡이야”

이적과 김진표가 결성했던 ‘패닉’이란 그룹이 1995년 발표한 ‘왼손잡이’라는 노래의 일부 가사다. 편견에 시달리는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심경을 은유한 노래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왼손잡이가 좌파를 뜻하는 것이라고 풀이하기도 했다.언어에서부터 차별이 발견된다.

흑인이나 여성, 장애인 등 다른 소수자들이 일찍이 조직화해 자신들의 권익 투쟁을 벌여온 반면 왼손잡이들은 그 역사가 짧다. 그런 의미에서 왼손잡이들에게 8월13은 특별한 날이다. ‘국제 왼손잡이의 날’이기 때문. 1932년 국제왼손잡이협회를 창립한 미국인 딘 캠벨의 생일이 8월13일이었기에 1976년부터 8월13일을 국제 왼손잡이의 날로 정했다. 1992년부터는 해마다 공식 기념행사를 펼치고 있다.

올해도 오른손잡이들에게 왼손잡이용 병따개나 가위 등을 쥐어주고 왼손잡이의 일상을 체험하게 하거나 왼손만 쓰는 게임을 펼치며 왼손잡이가 겪는 고충을 알리고 오른손 중심의 생활용품 개선을 촉구하는 이벤트를 펼친다.

왼손잡이 비율은 전 세계에서 10%가량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5% 정도가 왼손잡이고, 왼손 사용을 금기시하는 아랍권에서는 1%에 불과하다고 한다. 왼손잡이가 발생하는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부모가 왼손잡이면 자녀가 왼손잡이로 태어날 확률이 높아 유전적 요인이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되나 동일한 DNA를 지닌 일란성 쌍둥이가 각각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로 갈리기도 한다. 어떤 학자는 태어날 때 압박으로 뇌 한쪽이 미세하게 손상돼 스위치가 바뀌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논리나 이성을 관장하는 좌뇌가 주도적이면 오른손잡이, 직관과 감성을 담당하는 우뇌가 주도적이면 왼손잡이가 되므로 왼손잡이 가운데 천재나 예술가가 많다고 한다.

왼손잡이는 언어에서부터 차별당하고 있다. '오른'은 '옳다'란 말에서 나왔고 '바른'이라고도 불린다. 반면 '왼'의 원형인 '외다'의 사전적 풀이는 '물건이 좌우가 뒤바뀌어 놓여서 쓰기에 불편하다' '마음이 꼬여 있다'이다. 라틴어에서 왼손잡이를 뜻하는 'sinister'는 '흉하다' '불운' 등과 동의어인 데 비해 오른손잡이를 일컫는 'dexter'는 '알맞다' '능숙하다'의 뜻이다. 영어에서도 'right'는 '옳다' '정당한' '정확한' '곧은' '적절한' '어울리는' '정상적인' '건강한' '참된' '정의' '권리' '인권' '소유권' 등 긍정적 의미를 지닌다. '예우받는 사람' '특별히 신뢰를 받는 지위' ' 믿을 만한 사람' '심복' 등을 가리킬 때도 '오른팔'(right-handed)이라고 한다. 반면 'left'는 '무시된다'란 뜻을 암시한다. 야구나 권투에서 왼손잡이를 뜻하는 '사우스포'(southpaw)의 '포'(paw)도 '손'을 비하하는 단어다. 아랍에서는 밥을 먹을 때는 오른손만 사용하고 왼손은 부정(不淨)하다고 여겨 화장실에서 쓰므로 악수할 때 왼손을 내미는 것은 대단히 무례한 일이다. 일본에서도 아내가 왼손잡이면 합당한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왼손잡이를 오른손잡이로 억지로 교정하는 것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회사원 남모(32)씨는 “어릴 적 골방에 갇혀 오른손으로 글씨 쓰기 연습을 했다. 오른손으로 쓰다 불편해 왼손으로 연필을 옮기면 어머니가 손등을 찰싹 때리곤 했다. 강제로 고친 결과 글씨는 오른손으로 쓰게 됐지만,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좁고 어두운 공간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억지로 오른손잡이로 교정하는 것에 대한 위험을 지적한다. 분당 서울대병원의 유희정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왼손잡이는 타고나는 것이라 바꿀 수 없다. 왼손잡이 아이에게 오른손으로 글씨를 쓰거나 젓가락질을 하라고 하면 수행능력이 떨어져 자존감이 떨어질 수 있고, 스트레스로 인해 불안증 등 정서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읽기 능력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면서 “부모들은 왼손잡이인 자녀를 그대로 두는 게 제일 좋다”고 조언했다. 서천석 행복아이연구소장도 “왼손잡이를 ‘비정상’으로 보는 인식이 사라져야 한다. 아울러 왼손잡이 아이들이 성장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시설 및 제도 등 시스템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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