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충제 미검출 '08' 계란 살펴보는 농식품부 관계자
[이미영 기자]“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해 비싼 친환경·무항생제 계란만 사먹었는데, 완전히 뒤통수 맞은 기분입니다.”

친환경·무항생제 계란에 농락당한 소비자들의 분노가 극에 이르고 있다. 상당수 농장들이 닭에는 절대로 써서는 안 되는 피프로닐 등 여러 살충제를 공공연하게 사용해온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허술한 인증관리 시스템 소식에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는 민간업체를 지정만 할 뿐 이후 민간업체가 수수료를 받고 인증을 내주는 과정에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6일까지 전국의 산란계 농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검사에서 전국 62개 친환경 계란 생산 농가가 인증 기준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이 중 27개 농가의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6개 농가의 경우 유럽에서부터 문제가 되고 있는 살충제 성분으로 닭에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되는 피프로닐 성분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3개 농가는 역시 사용이 금지된 에톡사졸·플루페녹수론 등의 살충제 성분을 썼다가 적발됐다. 나머지는 기준치(0.01㎎/㎏)를 초과한 비펜트린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35개 농가는 친환경 인증 농가는 비록 기준치 이내이기는 하지만 친환경 계란 생산시에는 사용해서는 안 되는 살충제를 써온 쓴 사실이 드러난 곳이다. 당국은 이들 농장이 생산한 계란은 친환경 마크를 떼고 출하하도록 할 예정이다.

대전 유성구 길석노농장은 살충제 '에톡사졸'이, 충남 아산 건강한마을과 경기 연천 주희노에서는 살충제 '플루페녹수론'이 각각 새롭게 검출됐다.

성분별 부적합 현황을 보면 피프로닐 8곳, 비펜트린 21곳, 플루페녹수론 2곳, 에톡사졸 1곳으로 집계됐다.

피프로닐의 경우 기존에 밝혀진 경기 남양주 마리농장과 강원 철원 지현농장 2곳 외에 충남 아산 덕연농장, 경기 이천 정광면, 경기 양주 유천농장, 경기 파주 노승준, 경기 평택 조성우, 강원 철원 왕영호가 추가됐다. 비펜트린 성분이 초과 검출된 농장은 총 21곳으로 늘었다.

한편 이번 살충제 계란 사태로 친환경 제품 전반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건강 중시 식생활 성향이 강해지면서 2016년도 친환경 농식품의 매출액(1조 4723억원)이 전년 대비 8.9% 증가할 정도로 최근 우리 국민의 친환경 농산물 선호도가 높아져왔지만, 이번 사태로 ‘친환경’ 브랜드의 신뢰가 깨지고 있다는 얘기다. ‘사먹는 것은 아무것도 믿을 수 없다’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일부에서는 ‘차라리 내가 농사를 지어먹겠다’면서 텃밭 농사에 힘을 쏟으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도 성남 분당의 황모씨(47)는 “이번 사태로 가게에서 파는 다른 친환경 농산물도 믿지 못하게 됐다”면서 “올봄 소규모 주말농장을 시작해 상추 등 일부 채소를 키워먹었는데 앞으로는 작목을 더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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