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반출된 지 72년 만에 돌아온 덕종어보는 조선 성종이 세자 신분으로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덕종)를 기려 만들었다.
[김승혜 기자]문화재청이 미국으로부터 돌려받았다며 공개한 ‘덕종어보(德宗御寶)’가 진품이 아닌 모조품으로 확인됐다. 덕종어보 진품은 여전히 행방이 묘연한 상태이다.

덕종어보는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이 오는 19일부터 개최하는 ‘다시 찾은 조선 왕실의 어보’ 특별전을 통해 최근 환수된 문정왕후·현종 어보와 함께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었다. 문화재청은 환수 이후 지난해 말 이같은 사실을 알고도 전시를 열기까지 쉬쉬 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덕종어보는 1924년에 분실됐다. 이는 1924년 당시 언론의 보도로 확인됐으나 문화재청은 해당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진품을 반환받았다고 발표한 것이다.
  
게다가 문화재청이 진품이라고 발표한 모조품은 1924년 진품이 분실된 직후 대표적 친일파인 이완용의 차남 이항구가 지시해 만들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항구는 일제강점기 조선 왕실과 관련한 사무를 담당하던 기관 ‘이왕직’에서 예식과장으로 재직했고, 2009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 705인 명단에도 포함된 바 있다.

그럼에도 문화재청은 19일부터 10월 29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Ⅱ에서 ‘다시 찾은 조선 왕실의 어보’ 특별전시를 열 예정이었다. 특별전시 품목인 ‘덕종 상존호 금보(德宗上尊號金寶)’, 즉 덕종어보는 2015년 환수 문화재로 명단에 올랐다. 그동안 공식석상에서 1471년 제작된 진품이라 발표한 문화재청은 이번 전시회 자료에는 이를 슬그머니 ‘1924년 재제작품’으로 명시해놓았다.

이에 문제를 제기한 ‘문화재제자리찾기’ 혜문 대표는 18일 “황당하기 그지없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이날 혜문 대표는 “2014년 문화재청이 덕종어보를 시애틀미술관으로부터 돌려받았다고 해서 분실된 진품이 반환된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1924년 도난 사건 이후 제작된 모조품을 반환 받고서는 그 경위를 해명하지 않은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1924년 4월12일 덕종과 예종의 어보 도난사건이 발생, 언론에 대서특필되었던 적이 있다”며 “2015년 문화재청이 덕종어보를 시애틀미술관으로부터 돌려받았다고 해서 당연히 덕종어보 진품이 반환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1924년 도난 사건 이후 이완용의 차남 이항구의 지시로 다시 제작된 모조품을 반환 받고서 지금까지 경위를 해명하지 않은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보 반환운동에 주력해 온 시민단체의 공로를 무시하고 자신의 공로만 과장하다 보니 일어난 해프닝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화재제자리찾기는 LA 카운티 박물관에 소장된 문정왕후 어보 반환운동을 전개했고 2013년 문정왕후 어보 반환결정을 이끌어 낸 바 있다. 그 외에도 지난 10년간 문화재반환운동을 통해 2006년 도쿄대로부터 조선왕조실록, 2011년 조선왕실의궤, 2014년 대한제국 국새 등 4건 1300점의 문화재 반환에 성공한 바 있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문화재청 관계자는 “해당 덕종어보는 1471년이 아닌 1924년에 제작된 것이 맞다”며 “당시 진품이 분실되자 따로 만든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환수 직전까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후 1924년자 기사를 보고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이항구가 제작한 사실에 대해서도 “그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친일파가 만든 모조품임에도 특별전시회 품목에 들어간 것에 대해서는 “해당 사실을 파악 한 직후 이번 특별전시회를 통해 바로잡으려는 생각이었다”며 다소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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