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에서 발견된 살충제 계란
[김홍배 기자]정부부처가 계란 안전관리 강화를 위한 '계란 및 알가공품 안전관리 대책'을 2015년 가을 마련했지만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시행을 막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18일 머니투데이가 보도했다. 일부 정책은 1년이 지난 시점, 조류독감(AI) 대책에 포함돼 뒤늦게 시행됐으나 계란 생산 유통 관리가 힘을 잃으면서 ‘살충제 계란’ 사태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매체는 전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의원(더불어민주당)실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6월말 작성한 계란 유통 및 위생관리대책 내부 자료에 "2015년 11월 17일 계란 및 알가공품 안전관리 대책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민정수석실에 보고한 후 연기를 결정했다"고 적시했다. 당시 민정수석은 우병우 전 수석이었다.

식약처가 당시 발표‧시행하려고 했던 대책은 △계란 산란일자 표시의무 △식용란 품목신고 의무 △세척계란 냉장유통의무 △폐기란 기록관리 의무 등 계란 유통과정의 안전관리 내용이 중심이었다. 그러면서 계란 생산자에 대한 지도교육 강화 방안도 담았다. 닭의 사육 및 위생관리 요령과 동물용 의약품 사용 요령에 대한 매뉴얼 마련 등도 포함됐다. 유통과 생산 과정 모두에서 정부의 관리감독을 크게 강화하는 내용들이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문은 양계 농가의 닭 진드기용 살충제 과다 사용으로 인해 발생했다. 당시 살충제 사용 등에 대한 정부의 감독이 강화됐다면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살충제 계란 파문을 예방할 수 있었던 정부의 대책을 청와대가 정식 논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차단했다는 거다.

▲ <식약처가 작성한 자료/사진김현권의원실=머니투데이 캡쳐>
식품 관리 대책을 경제수석실 등이 아닌 민정수석실에서 직접 보고받고 제재한 것을 두고 의문이 제기된다. 당시 식약처장이었던 김승희 자유한국당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국민 간식 격인 계란의 위생 관리에 관심이 많아 당시 청와대 주요 라인은 물론 국무조정실 등 정부부처들도 해당 대책에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국정 전반에 관여했던 민정수석실이 대통령 관심사안을 직접 챙겼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이어 "민정수석실이 정책 시행을 연기한 것은 보다 국민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정책을 다듬기 위해서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곧바로 추가 대책 마련이나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유관단체들의 반발이 영향을 준 것 때문이라는 관측을 내놓는다. 당시 이 대책에 대기업 계란 유통 사업자, 양계협회(농장), 계란유통협회(수집판매영업자) 등이 강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는 민정수석실이 안전관리 대책을 퇴짜놓은 직후 관련 기업과 단체를 직접 방문하거나 회의를 소집해 설명회와 의견수렴을 다시 실시했다.

한편 새 정부가 안전불감증을 걷어내고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현권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GP(계란선별작업장) 센터 등 전문적인 검란 기능을 갖춘 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며 "안전대책을 구체화시키고 살충제 잔류검사도 이 기관으로 일원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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