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 17일 청와대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오픈하우스' 행사를 연 가운데 기자들이 여민관에 마련된 대통령 집무실에서 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제공
[김민호 기자]청와대가  ‘오픈하우스’ 형식으로 청와대 본관과 비서동인 여민관에 출입기자들을 초청한 17일, 300명에 가까운 출입기자들은 3개 조로 나뉘어서 청와대 내부를 직접 둘러볼 기회를 잡았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평소 언론인 상주 공간인 춘추관만 들어갈 수 있는 것에 비하면 이날의 '개방'은 호사였다.

18일 일부 기자들에 따르면 "여민관은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자료는 치워져 있었고 직원들 책상에는 책이 펴져 있었다. 에어컨을 틀지 않아서 꽤 더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들에게 가장 관심을 끈 곳은 역시 여민1관 3층에 위치한 문재인 대통령의 집무실. 여민관 집무실은 지난 5월 24일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할 때 일부 기자들에게만 잠시 개방됐었다.

3층 입구에 마련된 검색대를 통과한 뒤 부속비서관실을 지나쳐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서자 문 대통령이 기자들을 맞이했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하고, 셀카를 찍었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에게 “여민관 전체가 업무공간으로 좀 비좁다”며 “뭐 비서실장 방도 좁고, 회의실도 좁고. 그래서 일부는 저쪽에 경호동에 몇개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집무실 크기는 168.59㎡(51평)인 본관 집무실의 절반 정도였다. 정확히는 87.27㎡(26.4평).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낼 당시 사용했던 원탁 탁자가 집무실 공간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문 대통령 집무실 옆으로는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는 회의실이 붙어 있다.

이날 기자들 사이에서는 생각보다 집무실이 크지 않아서 ‘딱 일만 해야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 17일 청와대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오픈하우스' 행사를 연 가운데 기자들이 여민관에 마련된 대통령 집무실에서 문 대통령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 집무실 바로 한층 아래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의 방이었다. 임 실장의 방에서 계단 25개를 걸어 올라가면 바로 문 대통령 집무실이었다. 약 30초가 걸리는 거리로, 임 실장은 부속실과 별다른 약속을 잡지 않고서도 문 대통령 집무실을 찾는 다고 한다.

기자들과 만난 임 실장은 “(대통령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게 제일 특징”이라고 말했다. 2층에는 비서실장 방 외에도 의전비서관실, 연설비서관실, 국정상황실이 있었다. 30여명 정도를 수용하는 국정상황실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임종석 비서실장 주재로 매일 아침 상황점검회의를 하는 회의실도 국정상황실 내에 위치해 있다.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은 수면위에 잘 드러나 있지 않은 문재인 청와대의 실세로 꼽힌다. 1층에는 수석비서관 가운데 선임인 전병헌 정무수석 산하 비서관실이 있었다.

▲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 17일 청와대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오픈하우스' 행사를 연 가운데 기자들이 본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문 대통령 책상은 깔끔하게 정리돼 있었다. 책상 위에는 모니터와 컴퓨터 키보드 외에 전화기 2대와 긴급호출용으로 보이는 통신장비가 한 대 놓여있었다.

특히 문 대통령의 책상 위에는 이날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스텔라 데이지호 침몰사건’이라는 제목의 문서가 하나 놓여있었다. 그 문서 왼쪽 면에는 ‘문재인 대통령님께’라는 제목의 글이 있었다. 스텔라 데이지호 실종 선원의 가족이 문 대통령께 보낸 편지로 보여진다는 것이 매체의 설명이다.

책상 옆에 마련된 작은 책꽂이에는 ‘입법 및 정책과제’, ‘코리아 생존 전략’ 등의 책이 꽂혀있었다.

문 대통령의 서재도 관심이었다. 문 대통령이 평소 어떤 책을 읽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으 책장에는 ‘태백산맥’, ‘이기는 리더십 10’, ‘주자평전’, ‘이스탄불’, ‘맹자’, ‘코스모스’, ‘여섯 가지 미래’, ‘협상의 전략’ 등의 책이 있었다.

‘대통령의 서재’는 국민인수위원회가 5월 25일부터 7월 12일까지 광화문 1번가에서 운영한 특별 프로그램으로 국민인수위는 시민으로부터 대통령과 함께 읽고 싶은 책 또는 국정운영에 참고할 만한 책을 추천받았고 그 결과 총 580여 권의 책이 ‘대통령의 서재’에 들어갈 책으로 뽑혀서 청와대 집무실에 비치된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 17일 청와대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오픈하우스' 행사를 연 가운데 기자들이 경내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인사를 마친 기자들은 문 대통령과 ‘셀카’를 찍으려고 몰려들었고 대통령은 흔쾌히 사진 촬영을 원하는 모든 기자의 요구에 응했다.

출입기자들은 이날 비서동인 여민 1∼3관을 모두 돌아보면서 평소 청와대 직원들이 근무하는 환경을 잠시나마 경험해볼 수 있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들이라고 하면 근무 공간도 특별할 줄 알았지만 칸막이 안에 놓인 책상 위 모니터에서 근무하는 모습은 일반 직장인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여민 2관에는 정책실과 인사·민정수석실이 들어서 있었다. 장하성 정책실장 방이 있는 2층에는 경제·통상·노동·중소기업 정책 등을 담당하는 비서관실이 함께 차지했다. 인사추천을 담당하는 인사수석실은 1층,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민정수석실은 3층이었다. 조현옥 인사수석실 옆에 배치된 사무실은 비밀번호를 눌러야만 들어갈 수 있도록 돼 있었다. 보안을 필요로 하는 인사 서류 등을 다루기 때문이었다.

▲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은 지난 17일 청와대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오픈하우스' 행사를 연 가운데 기자들이 본관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조국 민정수석도 이날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들을 맞았다. 조 수석은 “스마트폰에 애플리케이션을 (함부로) 깔거나 하면 문제가 된다”며 “(여민관은) 1급 보안시설이라고 보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서울대 교수 출신 답게 조 수석의 책상 위에는 신간인 호주 정치학자 존 킨의 『민주주의의 삶과 죽음』, 베스트셀러인 한동일 신부의 『라틴어 수업』 등이 여러권 놓여져 있었다.

격무에 시달린다는 이유로 그동안 전화취재에 응하지 않았던 일부 직원들은 기자들의 얼굴을 보고 쑥스럽게 웃으면서 “앞으로도 양해를 부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민관을 둘러본 기자들은 청와대 본관으로 향해 내부도 관람했다. 평소에는 쉽게 드나들지 못하는 곳이기에 기자들은 신기하다는 듯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본관과 여민관을 둘러본 기자들에게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주재한 간담회가 기다리고 있었다.

간담회에서는 국민소통수석과 대변인을 제외하면 평소 얼굴을 보기 힘들었던 청와대 참모들과 출입기자들 사이에 편안한 분위기의 대화가 이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언론은 대통령과 국민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불가분의 관계”라며 “오늘 ‘오픈하우스’ 행사가 기자들이 청와대를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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