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전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54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홍배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이 석 달 가까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의 심리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피고인 박근혜는 대체로 의욕이 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간혹 눈에 힘을 주고 증인을 바라볼 때도 있다. 자신의 변호인단 사이에 앉아 수척한 얼굴로 멍하니 있는 모습을 주로 볼 수 있다. 보통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간혹 목을 뒤로 젖히는 스트레칭을 하기도 한다. 검찰의 증인신문이나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의 변호인단이 증인신문에 나설 때면 지루한 표정을 짓다가 졸 때도 많다.

'졸 때'

18일엔 문화계 블랙리스트(문화예술계지원배제명단) 혐의 관련 서류 증거 조사가 진행됐다. 증인 출석 없이 각종 신문조서 등을 대상으로 한 작업이라 다소 지루할 수 있는데, 박 전 대통령은 대놓고 수면을 취하는 모습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부가 자신을 향해 의견을 물을 때도 아주 작은 목소리로 답하거나 변호인이 대신 얘기하도록 했다. 지난 17일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의 공소장 중 블랙리스트 부분을 변경신청한 데 대해 재판부가 "박근혜 피고인도 그런 (공소) 취지를 전부 부인한다고 하면 되느냐"고 묻자 박 전 대통령은 고개를 작게 끄덕거렸을 뿐이었다.

이날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고개를 숙여 뭔가를 읽고 있었는데 피곤한 눈치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목을 뒤로 젖히거나 좌우로 움직였고, 어깨를 주물렀다. 끝내는 졸았다. 점심식사 이후 공판이 재개된 지 10분도 안돼서 고개가 자꾸만 아래로 떨어졌다. 급기야 변호인 쪽으로 몸이 기울여졌다. 이를 방청석에서 지켜본 지지자들은 수군수군했다. 한 사람이 “대통령이 피곤하셨나보다”고 말하면, 다른 사람이 “아이고”하며 안쓰러운 표정으로 응수하는 식이다. 변호인 측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졸음을 깨우지 않았다.

지난 5월 25일 재판장이 "검사가 제시한 서류증거에 대해 할 말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나중에 말씀드리겠다"고 대답했지만 최근에는 작은 목소리도 듣기가 힘들어졌다.

'웃을 때'

피고인 박근혜가 간혹 웃음을 보일 때가 있다.

공판 내내 무표정으로 일관한 그가 유일하게 미소를 보내곤 하는 사람이 바로 유영하 변호사다. 이날 유영하 변호사는 종일 바빴다. 휴정으로 잠시 휴식이 주어진 오전엔 이날 방청인으로 참석한 허원제 전 정무수석, 김규현 전 외교안보수석, 김재수 전 농림식품부 장관에게 공판 내용을 설명했다.

점심식사를 마친 뒤엔 일찍 자리에 착석해 자료를 살펴봤다. 공판이 진행되는 중에도 틈틈이 무릎담요와 종이컵 등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챙겼다. 두 사람은 간혹 얼굴을 가까이 하고 얘기를 나눴다. 그때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거나 미소로 대답했다.

'긴장할 때'

지난 17일 박 전 대통령이 '나쁜 사람'이라고 지목했던 진재수 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정책과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평소에 입던 남색 정장이 아닌 비교적 밝은 회색 정장을 입었다. 유영하 변호사가 "대통령이 아직도 이런 사람이 있느냐며 해임을 강요했다는 말을 정확히 누구로부터 들었냐"며 반대신문을 펼치자 박 전 대통령은 고개를 들어 진 전 과장을 빤히 바라봤다. 기운 없는 태도로 일관하던 박 전 대통령의 평소 모습과는 달랐다. 박 전 대통령은 자신의 의자 팔걸이에 기대 턱을 괴기도 했고, 가끔 고개를 돌려 재판부를 쳐다보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이 공판 중 긴장한 모습을 보인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 13일 유진룡 전 장관이 출석해 "(박 전 대통령이) 정확히 '나쁜 사람이더라'는 표현을 썼다. 그렇기에 더 기억에 남는 요소로 자리 잡았다"고 증언하자 박 전 대통령은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다가 뚫어지게 유 전 장관을 쳐다봤다.

한편 또 다른 '나쁜 사람' 노태강 전 국장이 오는 22일 오전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자료가 필요하다는 변호인단의 요청으로 일정이 미뤄졌다. 과연 피고인 박근혜는 노 전 국장 앞에선 어떤 모습을 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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