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간첩 검거 등을 위한 공작비를 횡령했다가 해임된 국가정보원 직원이 해임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다가 본전도 찾지 못한 채 법원의 따끔한 질책만 받았다. 또 재판 과정에선 국정원 공작비의 허술한 관리 실태가 드러났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판사 강석규)는 전 국정원 수사관 신모씨가 국가정보원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1998년 국정원 직원으로 임용된 신씨는 국정원 수사관으로 근무 중이던 2015년 공작원에게 주기로 한 공작금 일부를 주지 않고 정보수집비를 개인적 용도로 사용하는 등 총 6700여만원을 횡령하거나 유용한 혐의다.

국정원은 감찰조사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뒤 2016년 징계위원회를 열어 신씨를 해임하고 징계 부과금 6700여만원 처분을 내렸다.

이에 신씨는 "공작금을 모두 공작 활동에 썼다"고 주장하면서 불복 소송을 냈다.

신씨는 소송에서 "현금을 넉넉히 보유하고 있어서 공작금을 지급할 때마다 굳이 은행에서 돈을 찾을 필요가 없었다"며"무술 스승에게 돈을 준 것도 정통 고급 기예를 전수해 대공수사국 후배들에게 전수할 '공공'의 목적이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강석규 부장판사는 신씨 주장이 근거가 없는 '면피용'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씨는 공작금을 개인 계좌로 받아 자신의 개인 재산과 혼재시켜두고는 그중 일부를 인출하고 여기에 보유하고 있던 현금을 더해 공작금을 지급했다고 주장한다"며 "그 자체가 이미 이례적인 경우로, 신씨가 별도 장부로 공작금을 관리하지 않은 이상 공작금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씨는 자신이 보유한 현금이 넉넉해 은행 인출 없이 공작금을 지급했다고 주장하나, 당시 A씨의 경제 상황이나 가정 형편 등에 비춰보면 이를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보수집비 유용에 대해서도 "설령 A씨가 정보수집비로 무술을 배웠고 그게 업무에 도움이 됐다고 가정해도 그 자체가 정보수집비 용도에 부합하지 않는 이상 횡령에 해당하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A씨는 국정원 직원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타 공무원보다 예산 사용이 비교적 자유롭게 허용되는 점을 이용해 약 2년에 걸쳐 공작금과 정보수집비 등을 사적으로 유용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 합계가 6천700만원에 이르며 허위 영수증까지 작성하는 등 비위가 중하고, 구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에 따르면 A씨와 같은 경우 파면에 처하도록 규정한 점 등을 고려하면 해임 처분이 부당하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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