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소희 기자]"침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이번 사태가 보수주의의 책임인 것처럼 야당이나 일부 시민세력이 보수주의를 공격하는 것은 잘못이다. 정말로 책임지고 반성해야 할 사람은 보수주의의 가치에 배반한 행동을 한 정치인들이지 보수주의가 아니다"(2권 101쪽)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22일 발간될 ‘이회창 회고록’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사태와 관련해 “이번 탄핵 사태의 주된 책임자는 바로 탄핵을 당한 박 전 대통령”이라고 이 같이 지적했다.

‘이회창 회고록’ 출판사 김영사에 따르면 이 전 총재는 회고록을 통해 “본인(박 전 대통령)의 말대로 억울한 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그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꼬집으며 이 같이 밝혔다.

이 전 총재는 또 탄핵 사태의 다음 책임자로 현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새누리당을 꼽으며 “새누리당 지도부는 그동안 박 대통령의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당 관리 체제에 유유낙낙 순응하면서 한 번도 제대로 직언하지 못하는 나약한 행태로 최순실 일당이 대통령을 에워싸고 국정을 농단하는 기막힌 일을 가능하게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래놓고도 친박ㆍ비박으로 갈려 싸우면서 탄핵에 찬성한 비박들에게 탈당하라고 강박하다가 비박계 의원들이 탈당하여 신당(현 바른정당) 창당을 하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며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을 창당했던 나로서는 이런 사태를 보면서 침통한 심정을 금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 전 총재는 이어 “정말로 책임지고 반성해야 할 사람은 보수주의의 가치에 배반한 행동을 한 정치인들이지 보수주의가 아니다”라고 일갈하며 보수 정당에 끊임없는 혁신을 주문했다. 그는 회고록 중 ‘보수가 가야 할 길’에서 “과거 좌파가 선호해온 정책이라도 그것이 정의에 반하지 않고 보수의 이념과 정체성에 저촉되지 않으며 국민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과감하게 도입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탄핵 사태로 한껏 풀이 죽어 있는 보수정당에 부단한 혁신을 주문했다.

"보수의 이념과 정체성을 지키면서 미래를 향해 끊임없이 자기 개혁의 길을 가는 것이 진정한 보수의 모습이다. 과거 좌파가 선호해온 정책이라도 그것이 정의에 반하지 않고 보수의 이념과 정체성에 저촉되지 않으며 국민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과감하게 도입하고 추진해야 한다"(2권 106쪽)

한편 이 전 총재는 22일 무려 3800쪽에 달하는 회고록 출간과 함께 세종문화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회고록 발간 배경과 책 소개,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 등을 가질 예정이다.

‘이회창 회고록’은 개인적 삶과 신념, 대법관과 국무총리 등으로 일한 경험을 담은 ‘나의 삶 나의 신념’(1권)과 정치판에 뛰어들어 ‘3김 청산’을 주장하며 벌인 정치공방과 박 전 대통령과의 인연, 대선 후보 당시의 일들을 담은 ‘정치인의 길’(2권) 등 두권으로 나뉘어 출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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