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대기자]‘처서’인 23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비가 내리고 있다.

오늘은 24절기 중 열네 번째에 해당하는 ‘처서(處暑)’이다. 처서는 여름이 지나 신선한 가을을 맞이하게 되는 절기로, 더위가 그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고려사(高麗史)’에서는 처서 기간인 15일을 5일씩 세 부분으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첫 5일에는 매가 새를 잡아 제를 지내고, 둘째 5일에는 천지에 가을 기운이 돌며, 셋째 5일간에는 곡식이 익어간다’라고 했다.

◇처서의 풍습, 날씨로 농사의 풍흉 결정

처서 무렵의 날씨는 한해 농사의 풍흉(豊凶)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비록 서늘한 가을이 왔다고는 하지만 햇살은 여전히 따갑고 날씨는 쾌청하다.

왜냐하면 처서 때는 벼의 이삭이 패는 때이고, 이때 강한 햇살을 받아야만 벼가 성숙하게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농부들은 처서 날씨에 관심이 컸다. 농사의 풍흉을 결정하는 처서의 날씨 때문에 농점(農占)도 다양하게 있었데 처서에 비가 내리면 독의 곡식이 줄어든다고 여겼다.

그런만큼 오늘 비는 반가운 ‘손님’이 아니다.

처서에 오는 비를 ‘처서비(處暑雨)’라고 하는데, 처서비에 ‘십리에 천석 감한다’라고 하거나‘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의 든 쌀이 줄어든다’라고 했다. 즉 처서에 비가 내리면 그동안 잘 자라고 있던 곡식도 흉작을 면치 못하게 된다는 의미인데 이는 처서 무렵에 날씨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선조들의 삶의 지혜가 반영된 말이다.

처서에는 산소를 찾아 벌초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처서가 지나면 따가운 햇볕이 누그러져 풀이 더 이상 자라지 않기 때문에 논두렁의 풀을 깎거나 벌초를 한다.

또한 옛 사람들은 처서 때에 여름 동안 장마에 젖은 옷이나 책을 그늘이나 햇볕에 말리기도 했다.

◇처서와 관련된 속담은?

처서 때는 아침저녁으로 신선한 기운을 느낄 수 있어서 “처서가 지나면 모기도 입이 삐뚤어진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처럼 요즘에는 날씨가 서늘해져서 파리나 모기가 사라져가고 귀뚜라미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한다는 뜻이다.

또 이 무렵에는 농사도 비교적 한가한 때이기도 한데 그래서 “어정 칠월 건들 팔월”이라는 말도 있다.

이 말은 어정거리면서 칠월을 보내고 건들거리면서 팔월을 보낸다는 말로, 다른 때보다 그만큼 한가한 농사철이라는 것을 재미있게 표현한 말로 비슷한 속담으로는 “어정뜨기는 칠팔월 개구리”라는 말도 있다. 할일 없이 엉뚱하고 덤벙대기만 한다는 뜻이다.

◇처서에 뭘 먹지?

처서 때는 무더운 여름 동안 지친 몸의 원기를 회복시켜주는 음식을 먹는데 몸보신에 탁월한 추어탕,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애호박 칼국수, 피로회복에 도움되는 전어, 그리고 떨어진 식욕을 북돋아 주는 복숭아 등을 먹는다.

추어탕 효능: 추어탕은 우수한 단백질과 칼슘, 무기질이 풍부해 초가을에 먹으면 여름에 더위로 잃은 원기를 회복시켜 준다. 흔히 미꾸라지는 보양식으로 잘 알려져 있죠. 그래서 예부터 농촌 사람들이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많이 먹었다. 이외에도 성장기 어린이나 노인에게도 좋은 필수아미노산도 함유되어 있고, 타우린이 들어 있어 간장을 보호하고 혈압을 내리며 시력을 보호해주기도 한다.

특히 미꾸라지에 들어 있는 지방은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높아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또 애호박 칼국수를 먹는 풍습이 있는데 애호박은 소화흡수가 잘 되고, 치매예방과 두뇌 개발에 도움이 되는 채소로 예로부터 우리 식단에 많이 올라오는 친숙한 식재료이다.

그리고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말이 있을 만큼 고소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전어를 먹는데 전어에는 불포화 지방산이 풍부해 몸속 콜레스테롤을 낮춰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다. 또 전어는 뼈째 먹는 생선으로 칼슘 섭취에도 도움을 주고 위장을 좋게 하는 효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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