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실을 예방한 안철수 국민의당 신임 대표가 추미애 대표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김민호 기자]국민의당이 1일 대선평가위원회가 작성한 '19대 대통령 선거 평가보고서'를 공개하며 뼈아픈 '자기반성'을 했다.

안 대표는 ‘모호한 이미지에 중도정치 철학이 없었고, 일부 측근에 휘둘려 잘못된 전략 판단을 이어갔다’는 혹평을 받았다. 당 역시 호남 편중에 경험과 역량이 부족한 무능력 집단으로 평가됐다.

이어 대선평가위는 대선 후보였던 안철수 대표는 물론 중앙선대위가 전략·공약, 홍보·메시지 전략을 펴는 데 부족함이 있었고,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은 점도 대선 패배의 한 원인으로 지적했다.

당 대선평가위원회는 1일 안 대표와 캠프ㆍ중앙선거대책위원회ㆍ전국 각 지역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3개월 동안 진행한 조사를 총망라한 대선평가보고서 원문을 공개했다. 평가위는 우선 지난 대선 실패의 결정적 장면으로 지지율 대폭락을 가져온 지난 4월 23일 3차 TV토론에서의 ‘갑철수’ ‘MB 아바타’ 발언 당시를 꼽았다. 평가위는 안 대표에 대해 “정치적 레토릭(수사)을 이해하지 못했고, 아무런 정치철학적 가치도 갖지 못한, 내용 없는 중도를 표방해 오히려 MB 아바타 이미지만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큰 선거 경험이 없는 초선 의원들이 주축이 된 캠프는 TV토론 전후 강력한 인물 프레임을 마련하지 못했고, 선대위도 정책과 홍보 등 모든 대응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일부 전문가그룹 조언 안에 갇혔던 안 대표의 독선적 의사 결정 구조도 패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평가위는 “당내 경선 때부터 안 대표의 중요한 전략 결정은 외부 컨설팅업체에 의존했던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캠프와 당에서 불만이 많았지만, 안 대표는 이를 무시하고 공론화 과정 없이 끝까지 업체의 전략에 의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당도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역량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평가위는 “선대위의 홍보는 경선 이후 상승한 안 후보의 지지율에만 의존했다”며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에는 어떠한 대응 메시지나 전략도 지도부 차원에서 제시되거나 실행되지 못했고, 일부 중진들에 기댄 호남 일변도 유세에만 집중했다”고 지적했다. 후보와 당의 연계 역시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

특히 당 중앙선대위 차원의 홍보와 메시지 전략도 미흡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보고서는 "후보의 홍보, 뉴미디어 관련 전략, 그리고 지역 조직 정비, 선거자금의 전략적 배분 등 필요한 사전 작업들은 전혀 대선 전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는 진보'라는 구호가 현실 한국 경제에서 구체화하지 못했고, 경제영역에서 유일한 메시지는 추상적인 수준의 '4차 산업혁명'이었다"며 "'적폐청산'의 대안으로 제시한 '국민통합' 메시지는 보수적 유권자들을 다독이는 효과가 일정 정도 있었던 것으로 보였지만, 오히려 보수와 진보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치는 기회주의적 태도라는 비판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 중앙선대위의 홍보는 경선 이후 상승한 안 후보의 지지율에만 의존했다"며 "TV 토론에서 안 후보의 역량에 대한 회의감이 확산해 지지율이 하락하는 시점에는 어떠한 대응 메시지나 전략 등이 지도부 차원에서 제시되거나 실행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발표 전까지 평가보고서 내용을 보지 못했던 안 대표는 공개 이후 기자들과 만나 “패배의 가장 큰 책임은 저에게 있다. 겸허히 수용해 당을 제대로 개혁하겠다”고 말했다. 당초 보고서 발표 이후 책임론을 강하게 제기할 것으로 알려졌던 호남 및 비안계 의원들도 입을 닫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 비안계 의원은 “예상보다 보고서의 수위가 높고 비판도 전방위적”이라며 “우리 역시 안 대표가 다 잘못했다고 지적하기 힘든 분위기”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날 평가보고서 내용 등을 바탕으로 내주부터 본격적인 당 혁신 작업에 착수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