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의 2차 특허침해 소송 분위기가 반전됐다. 배심원단이 삼성전자의 애플에 대한 배상액을 상당 수준 낮추라고 평결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의 배심원단은 2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애플이 모두 상대방의 특허를 일부 침해했다는 평결을 내리면서 삼성전자가 애플에 1억1962만5000달러(약 1232억원)를 배상하도록 평결했다.

▲ 애플측 변호인 레이첼 크레반스
애플이 삼성전자에 청구한 21억9000만 달러(2조2700억원)의 18분의 1 수준이다.

이날 배심원단은 삼성의 스마트폰이 애플의 데이터 태핑 특허(647)를 침해했다고 평결했다. 단어 자동 완성(172), 통합 검색(959), 데이터 동기화(414), 밀어서 잠금 해제(721) 등 특허의 경우 애플의 일부 제품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1차 소송에서 나온 배심원 판결과 비교해도 판이하다. 로펌의 한 특허 전문가는 "지난해 배심원단은 삼성에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애플에 배상하라고 평결했다"며 "애플이 삼성전자에 청구한 금액의 절반 가량"이라고 말했다.

배심원단 평결에 앞서 열린 최후변론에서 삼성전자 측이 애플을 상대로 "증거를 왜곡했다"고 주장을 편 것이 유리한 평결을 이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전자에게 애플이 자사의 일부 무선통신기술 관련 표준특허가 필요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기회로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배심원단은 애플에 삼성전자의 '디지털 이미지 및 음성 기록 전송 특허(449 특허)'를 침해했다며 15만8400달러(약 1억6300만원)을 배상하도록 판결했다.

애플의 배상액은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청구한 623만 달러(64억 6000만원)의 39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삼성이 특허 침해를 제기한 디지털 이미지 및 음성 기록 전송 특허, 원격 영상 전송 등 2개의 특허 중 하나를 배심원단이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특허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배심원들은 이날 새너제이에서 열린 평결에서 애플도 삼성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애플은 삼성에 15만8000 달러를 배상하라고 결정, 재판장에게 평결 결과를 전달했다.

애플은 삼성이 '밀어서 잠금 해제' 등 자사의 5가지 특허를 침해했다며 22억 달러를 배상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대해 삼성은 애플이 카메라 사용과 동영상 전송과 관련된 자사의 특허 2개를 침해했다며 60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맞소송을 제기했다.

삼성과 애플은 세계 곳곳에서 특허와 관련된 소송전을 벌이고 있으며 2년 전 별도의 재판에서는 삼성이 애플에 9억300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져 삼성이 항소했었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2차 특허전은 표면적으론 애플의 승리로 돌아갔지만, 이번 평결은 삼성이 애플과의 특허 전쟁에서 반격에 성공한 반면 애플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브라이언 러브 산타클라라 대학 법학 교수는 "평결액이 일반적인 기준으로 보면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애플의 승리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애플 청구금액의 10%도 되지 않는 평결금액은 아마 애플의 소송비용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삼성측 대변인인 로렌 리스투시아는 이번 평결에 대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고, 애플은 승리를 선언했다.

그러나 이번 소송의 승자는 없는 반면 소비자들이 피해자가 됐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애플과 삼성이 많은 돈과 시간을 소송에 허비했고, 이 노력을 제품 개발로 돌렸더라면 소비자들에게 더 큰 혜택을 제공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이날 평결에서는 일부 오류가 발견돼 수정을 위해 오는 5일 평의를 재개할 예정이다.

오류는 평결 직후 양측 이의제기 절차에서 발견됐으며 재판부는 배심원들에게 다시 모여 이 부분에 대해 평의를 재개토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애플이 받게 도는 배상금이 더 많아지게 된다. 다만 오류가 있는 곳이 일부분에 불과해 배상 액수 등에는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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