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금고지기'로 불리는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독일 프랑크푸르트 법인장의 승진에 개입한 정황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청와대가 최순실씨(61)의 측근 이상화 전 하나은행 지점장을 승진시키라고 하나은행에 민원을 넣었다는 의혹에 대해 정찬우 한국거래소 이사장(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법정에서 사실이라고 증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4일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65)과 최씨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정 이사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요청을 받고 이 전 지점장의 본부장 승진을 도와줬느냐'는 질문에 "결과적으로 그랬다"고 말했다.

정 전 부위원장의 증언을 종합하면, 그는 박 전 대통령의 국회의원 시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당시 안종범 전 경제수석 등과 정책보좌를 했고 지난 18대 대선에서도 박 전 대통령을 도왔다.

그는 금융위 부위원장으로 취임한 이후인 2015년 9월쯤 안 전 수석을 통해 '대통령 관심사항'이라며 하나은행이 유럽 총괄법인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설립하면 이상화씨를 총괄법인장에 앉혀달라는 지시를 받았다.

정 전 부위원장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 같은 내용을 전달했지만, 하나은행의 유럽 총괄법인 추진 계획취소로 인사청탁이 무산됐다.

이어 안 전 수석은 정 전 부위원장에게 이씨를 그룹장으로 승진시키라고 지시했고, 김 회장은 부장급인 이씨를 부행장급인 그룹장으로 승진시키기 어렵다고 짜증을 냈다.

그러자 안 전 수석은 같은해 11월쯤 다시 정 전 부위원장에게 이씨를 본부장으로 승진시키라고 지시했고, 이를 전달받은 김 회장은 '정기인사에 맞춰 승진시키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결국 이씨가 승진하자 안 전 수석은 정 전 부위원장에게 "이상화가 잘 됐으니 고맙다"고 인사했다.

독일에서 최씨의 금융업무를 도운 이씨는 '최씨→박 전 대통령→안 전 수석→정 전 부위원장→김 회장' 등을 거쳐 결국 승진하게 됐다.

정 전 부위원장은 안 전 수석이 이씨의 인사를 지시하며 "대통령의 관심사항이라고 했다"며 "(김 회장에게) 수석의 지시사항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또 사실상 2차례나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거절한 하나은행으로써는 "매우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후 정 이사장은 안 전 수석으로부터 질책성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인사청탁을 거절해) 하나은행이 불이익을 입은 건 없다"며 안 전 수석의 부탁을 하나금융측이 사실상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정 이사장은 "유럽 통합법인 설립 자체가 무산됐고 그로 인해 금융위원회가 불이익을 줄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최씨 측은 안 전 수석의 인사 관련 부탁이 업무상 지시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 이사장은 "제게 있어선 지시가 맞았다"고 답했다. 이에 최씨 측 변호인은 "인사 조치를 하려 했다면 부위원장이 아니라 금융위원장에게 했을 것"이라며 반박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김 회장의 증언을 들으며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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