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 미국이 추진하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 대북제재 초안에 김정은과 김여정 남매 제재는 물론 원유 및 석유제품 전면 금수, 북한 선박 조사에 군사적 수단 동원 등 역대 최강 조치들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의소리(VOA), 아사히, NHK, 산케이 등의 8일 보도에 따르면 초안의 핵심은 ▲김정은 등 개인 제재 ▲고려 항공 등 기관 제재 ▲북한 선박 9척 제재 ▲원유 및 정제유, 액화천연가스(LNG) 전면 금수 ▲북한산 섬유 수입 금지 ▲북한 노동자 해외고용 금지 등이다.

VOA는 미국이 작성한 안보리 결의안 초안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실명이 명시됐다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개인 제재에는 김정은 뿐만 아니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도 포함됐다. 그동안 미국 독자 제재 대상이었던 김정은 남매가 유엔 제재 대상이 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의 이처럼 강도 높은 대북 제재 내용은 북한 측의 반발로 인한 무력충돌 우려가 있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가 거세게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산케이는 관측했다. 미국은 11일 결의안을 표결에 부치려 하고 있지만,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없이 밀어부칠 경우 두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로 결국 부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핵심 당사국인 중국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이날 동아일보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7일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네팔 외교장관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변화가 발생했다”며 “중국은 (6차 핵실험에 대해) 안보리가 추가로 반응을 내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을 찬성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북한에 대해 “정세를 확실히 인식하고, 정확한 판단과 선택을 해서 자기 고집대로만 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국제사회의 공통된 마지노선에 도전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북한의 추가 도발은 중국의 ‘레드라인’을 넘는 것이란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 상무부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대북 원유 수출 중단을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중국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준수하며 최선을 다해 국제적인 의무를 감당해 왔다”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전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45분간 통화한 내용을 공개하면서 “시 주석은 (북한과 관련해) 뭔가 하기를 원한다. 우리는 그가 그 일을 할 수 있을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해 중국이 원유 공급의 단계적 중단 등 모종의 결단을 내렸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후에 중국 상무부와 왕 부장의 발언이 나왔다.

미중 정상의 전화 통화 직후 유엔 주재 미국대표부가 언론에 공개한 새 대북제재 결의안 초안에는 유엔 회원국들이 북한 선박을 공해상에서 단속할 때 군사력을 포함한 모든 수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처음으로 유엔 제재 대상에 올렸으며 대북 원유 및 석유 수출 금지, 해외 노동자 송출 전면 금지 등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카드가 포함됐다. 미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와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은 초안을 이미 14개 안보리 이사국에 회람시켰다.

중국 측의 전향적인 자세와 달리 러시아는 유보적인 자세여서 최종 결의안 타결에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고리 모르굴로프 아시아태평양 담당 외교차관은 7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러시아와 중국은 (한반도 위기 해결을 위한) 공통의 ‘로드맵’을 갖고 있다”며 “미국의 초안이 이 구상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봐서 지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11일 예정된 표결에서 새로운 추가 제재가 무산되면 독자적으로 북한과 거래하는 누구와도 즉각 거래를 중단하고 제재를 부과할 것이라고 6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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