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북한이 정권 수립 기념일(9월 9일, 9·9절)을 계기로 지난 6차 핵실험에 맞먹는 고강도 도발을 감행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은 통상적으로 정권 수립일과 다음달 10일 노동당 창건 기념일(10월 10일, 쌍십절) 사이에 군사력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한편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고강도 도발을 꾸준히 해왔다.

북한은 핵무력 완결 단계에 진입하기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발사하고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확보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화성-12형' 미사일을 일본 상공을 넘겨 쏜 뒤 "이번 발사훈련은 태평양상에서 군사작전의 첫걸음"이라며 "앞으로 태평양을 목표로 탄도로켓 발사 훈련을 많이 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북한이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패키지로 해왔다는 점도 ICBM 시험발사 가능성을 높여준다.

그런만큼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동북아 국가들이 긴장감 속에 예의주시하며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북한이 자체적인 각종 기념일에 맞춰 종종 도발을 감행했기 때문에 이날도 혹시 또다른 무력행동에 나서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일단 국방부는 8일 오후까지 북한의 특이 동향은 감지되지 않았다고 9일 밝혔다. 하지만 북한의 행보를 예측하기 어려워 국방부도 잔뜩 촉각을 곤두세우며 철통 경비에 들어간 상태다.

청와대는 지난 7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열고 안보상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북한의 6차 핵실험 평가와 실효적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나아가 9일 추가도발 가능성과 대처방안도 다뤘다. 특히 국가정보원이 국회 정보위원회에 북한의 추가도발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주변국도 북한 동향에 '안테나'를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일본은 지난달 29일 북한이 발사한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 상공을 통과했기 때문에 추가 도발 시 또다시 자국에 영향을 미칠지를 우려하고 있다.

NHK에 따르면 고노 다로 일본(河野太郞)  외무상은 북한의 정권수립일 관련 "지금 상황에서 도발은 항상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외무성 및 방위성 이하 정부가 연대해 긴밀한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도 한국과 공동으로 북한의 동향에 대해 감시를 유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 본토 및 미국령을 향해 날아오는 그 어떤 북한 미사일도 격추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미 인터넷매체 뉴스맥스가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팀의 한 소식통은 지난달 북한이 괌 포위사격을 위협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국방부에 이같이 지시했다며 "북한의 위협이 대통령을 자극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연이은 북한의 도발로 경북 성주 사드 기지에 잔여발사대 4기 임시배치가 완료되면서 긴밀한 안보 공조를 이어오고 있다.

국내 전문가들은 북한의 다음 행보를 예상하기 어렵지만 급작스런 도발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김열수 국방대 교수는 "최근 북한의 행동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유엔 안보리에서 11일 새 대북제재 결의안 표결을 추진하기로 한 만큼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북한의 도발 선택지가 다양해 예측이 무의미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북한의 도발이 잦아진데다가 미사일에서 핵실험까지 감행해 분석이 어렵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7월4일과 7월28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두 차례나 시험했으며 지난달 29일에는 이례적으로 평양 근처 순안공항에서 IRBM을 발사하기도 했다. 연이어 3일에는 풍계리 시험장에서 6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북한의 도발이 9일 이뤄질지, 다른 날을 선택할지, 미사일 실험에 나설지, 또다른 핵실험을 할지 예상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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