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기자]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로 유명한 시인 최영미(56)씨가 서울시내 한 호텔룸을 1년간 사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글이 네티즌들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다.

시인 최영미는 1980~1990년대 민주화 세대의 빛과 그림자를 노래한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1994년 발표해 문학계 안팎에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시집은 현재까지 무려 52쇄를 찍어 시집으로는 보기 드문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1년 만에 개정판을 내기도 했다.

활동이 뜸했던 최영미 씨는 지난해 5월 “마포세무서로부터 근로장려금을 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당시 그는 “연간 소득이 1300만원 미만이고 무주택자이며 재산이 적어 빈곤층에게 주는 생활보조금 신청 대상”이란 자신의 사정을 털어놨었다.

최씨는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호텔 카페에서 주말에 시 낭송도 하고 사람들이 꽤 모일텐데. 이런저런 생각이 맴돌다가, 오늘 드디어 A호텔에 아래와 같은 이메일 보냈다"며 이 같은 내용의 글을 게재했다.

최씨는 "어제 집주인에게서 월세 계약만기에 집을 비워 달라는 문자를 받았다"며 "이사를 안 하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번뜩 평생 이사를 가지 않고 살 수 있는 묘안이 떠올랐다"고 언급했다.

이어 "제 로망이 미국시인 도로시 파커처럼 호텔에서 살다 죽는 것. 서울이나 제주의 호텔에서 내게 방을 제공한다면 내가 홍보 끝내주게 할 텐데. 내가 죽은 뒤엔 그 방을 '시인의 방'으로 이름붙여 문화상품으로 만들 수도 있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저는 A호텔의 B레스토랑을 사랑했던 시인 최영미입니다. 제안 하나 하려구요. 저는 아직 집이 없습니다. 제게 A호텔의 방 하나를 1년간 사용하게 해주신다면 평생 홍보대사가 되겠습니다"라는 내용을 자신이 호텔 측에 보냈다는 이메일 내용으로 제시했다.

더욱이 최씨는 "갑작스런 제안에 놀라셨을텐데, 장난이 아니며 진지한 제안임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도 이메일에 덧붙여 이 글이 그저 자신의 생각을 페이스북에 옮긴 게 아니라는 점을 명시했다.

 
이 같은 최씨의 글에 세간에서는 이른바 '갑질'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특히 "그냥 호텔이 아니라 특급호텔이어야 하구요. 수영장 있음 더 좋겠어요. 아무 곳에서나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지 않나"라고 덧붙인 최씨의 글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누리꾼은 "호텔급 아닌 아무 곳에나 사느니 죽는 게 낫다는 말은 웬만한 대부분의 서민에겐 상처가 될 말"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정말 혼이 깃든 좋은 시를 쓰고싶으시다면 수영장 딸린 특급호텔보다는 전원생활 추천드린다"고 꼬집기도 했다.

자신의 글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최씨는 다시 페이스북을 통해 자신이 호텔로부터 답신을 받은 뒤 회신한 이메일이라는 컴퓨터 화면 사진과 함께 해명이 담긴 글을 게재했다.

또 "호텔에서 내 제안이 싫으면 받지 않으면 된다. 오해하지 마시기 바란다"며 "그리고 처음 글을 올릴 땐 약간의 장난끼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방을 구경한 다음에야 값이 정해질 것 같네요'라는 답장 내용 등을 들어 "제가 공짜로 방 달라하지 않았다"며 "저는 A호텔에 거래를 제안한 거지, 공짜로 방을 달라고 압력을 행사한 게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한편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자신의 트위터에 "최영미 시인 ‘호텔에 룸 무료제공 제안’ 논란, 호텔 1년 치 홍보비 벌어준 꼴"이라고 그의 행동을 비아냥 거렸다.

이어 "시인의 갑질치곤 슬프고 안타까운 갑질 꼴"이라며 "호텔사장이 시를 사랑하면 가능한 꼴이고 로망이 노망으로 끝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또 "지치고 어렵고 힘들더라도 꿋꿋하게 삽시다. 힘내소"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