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기자] 전여옥 작가가 '호텔룸 1년 사용' 제의로 화제가 된 최영미 시인에 대해 입을 열었다.

시인 최영미는 1980~1990년대 민주화 세대의 빛과 그림자를 노래한 ‘서른, 잔치는 끝났다’를 1994년 발표해 문학계 안팎에 큰 주목을 받았다. 이 시집은 현재까지 무려 52쇄를 찍어 시집으로는 보기 드문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1년 만에 개정판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활동이 뜸했던 최영미는 지난해 5월 “마포세무서로부터 근로장려금을 신청하라는 통보를 받았다”는 사실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당시 그는 “연간 소득이 1300만원 미만이고 무주택자이며 재산이 적어 빈곤층에게 주는 생활보조금 신청 대상”이란 자신의 사정을 털어놨었다. 최영미는 같은 달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1년 혹은 2년에 한번 책을 내고 그 책이 2만부는 나가야 생활이 된다. 2만부 책이 나가면 작가한테 돌아오는 것이 한 2000만 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전 작가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영미 시인이 어제 실검 1위였어요. 내용은 여러분 잘 아시듯 최시인이 페북에 자신의 상황을 하소연 비슷하게 한 거였어요. “월세로 있던 집주인이 나가라고 한다. 이럴 때 호텔에서 나를 1년 무료숙박을 해주면 확실한 홍보대사가 될 텐데—호텔에 이메일을 보냈다.”는 내용이었어요."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시인의 삶은 참 곤궁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시 한편을 쓰느라 무진 애를 쓰건만 시집은 기껏 만원언저립니다. 별다방 콩다방 커피 두잔입니다. 최영미시인 정도면 우리나라에서 다들 아는 시인인데 몸을 기댈 곳이 없다는 것은 참 가슴아픈 일입니다. 그만큼 우리나라 출판환경이 척박하다는 것이죠."라고 '시인의 현실'을 말했다.

이어 "우리는 힘들 때 상상을 즐겨 하지요. 저 역시 때로는 절대 사지도 않는 로또에 당청되는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아마도 최영미시인은 우리가 흔히 그러하듯 ‘이왕이면 특급호텔, 수영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저는 그 대목에서 웃었어요. ‘그래-코코 샤넬이 럭셔리는 스타일이라고 했는데, 뭘’ 이해가 됐습니다. 상상은 자유니까요."라고 말했다.

또 전 작가는 "최영미시인은 ‘이번 일로 새삼 깨달았다. 한국인은 울 줄은 아나 웃을 줄은 모르는 것 같다. 행간의 위트도 읽지 못한다.’고 했어요. 저는 그 말에 동의합니다. 또한 한편으로 ‘내 집만 있었으면 이런 수모를 당하지 않는데’하는 대목도 수긍합니다. 그런데 누리꾼들의 반응은 놀라웠습니다. 요약하면 ‘유명시인의 갑질이다’라는 것이었요. 세상에—가난한 내 몸을 뉘일 곳 하나 없는 시인이 무슨 권력이 있다고, 무슨 빽이 있다고 ‘갑질’을 하겠어요?  저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또 가슴이 아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최영미시인은 오늘 이렇게 글을 올렸습니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 최영미 시인
이어 "“한국인은 울 줄은 아는데 웃을 줄을 모르는 것 같다. 행간의 위트를 읽지 못한다.‘고 했어요. 그리고 또 한 마디- “내 집만 있으면 이런 수모를 당하지 않을 텐데--”라는 글을 지적했다.

끝으로 전 작가는 "저는 최영미시인의 말에 동감합니다. 제 기억인데 일본에 있을 때, 신문에 고민상담코너가 있었어요. 요지인 즉은 한 20대 미모(자기 표현)의 여성이 ‘집안사정이 어려워 내 몸을 팔고 싶다. 00엔이면 평생 나를 살 사람 뜻대로 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답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뭐 현대사회 인신매매 불법이고 그런 말이 아니었어요. “잘 생각해보라. 정말로 당신을 살 의사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 값이 비싸다고 생각할 것이다. 재고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매우 현실적인 답이지요. 또 인간의 영혼과 육체는 사고 팔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숨은 뜻도 있구요. 최영미시인에게 아직도 우리는 ‘시인의 고귀한 혼’을 길바닥에 나앉아도 지키라는 요구를 하는 것은 아닌지요? 시집 한 권 팔기 어려워, 갈 곳이 없는 시인에게요. 우리, 그녀를 비난하기 앞서 최시인의 시집 한권, 오늘 내일 마실 커피끊고 구입하면 어떨까요?"라고 네티즌들의 이해를 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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