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1일(현지시간) 북한으로의 유류공급을 30% 가량 차단하고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을 금지하는 내용의 대북제재 결의를 했다.

북한의 지난 3일 6차 핵실험 이후 결의안 도출에 매달렸던 안보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새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북한 정권의 '생명줄'로 여겨지는 유류가 유엔 제재대상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북제재 결의는 대북 원유 수출을 지난 12개월 수준, 즉 현행 수준에서 동결했다. 초안에서는 대북 원유 수출이 전면 금지됐었다. 이는 중국과 러시아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는 원유공급을 중단하면 북한의 일반 주민들에 대한 타격이 심하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북한이 지난 12개월동안 수입한 원유량이 얼마인지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2014년부터 관세 관련 자료에 북한에 수출하는 원유를 포함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이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매달 북한에 5만t의 원유를 수출했으며,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매달 약 4만4000t으로 줄어들었다가, 2013년에는 이전 수준으로 늘었다고 보도한 바있다.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지난 4일 세계무역기구(WTO) 자료를 인용해 북한이 2016년 10개 나라에서 원유를 제외한 석유와 역청유 제품 약 1억1736만 달러어치를 수입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가장 큰 수입원은 역시 중국으로, 북한의 전체 석유 수입의 98%에 달하는 1억1462만 달러로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러시아가 174만 달러어치로 두 번째 수출국이었다. 러시아는 올해의 경우 상반기 기준으로 240만 달러를 수출해, 이미 전년도 규모를 뛰어넘었다.

그런가하면 12일 아사히 신문은 당국자 말을 인용해 북한 원유를 연간 400만 배럴 수입하고, 정제유를 연간 450만 배럴 정도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안보리가 이번에 가결한 대북제재 결의는 정제유 경우 연간 총 200만배럴로 수입량을 제한하는 조치를 담고 있다. 아사히 신문 보도가 정확하다면, 대북 정제유 수출이 약 절반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액화천연가스(LNG) 경우 초안대로 대북 수출이 전면 금지됐다.

아사히 신문은 이번 결의에 따라 원유,정제유, 액화천연가스(LNG)를 모두 합해 북한의 전체 유류 수입량이 기존보다 약 30% 감축될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이 정도의 조치로 과연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란 지적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기존 결의에서 수출이 전면 금지된 석탄과 함께 북한의 주요 외화수입원 가운데 하나로 꼽혀온 직물, 의류 중간제품 및 완제품 등 섬유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해외에 진출한 북한 노동자와 관련,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에서 건별로 사전 허가를 하지 않는 한 신규 고용을 금지했다. 기존에 이미 고용된 북한 노동자도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신규 고용허가를 내주지 않도록 했다.

다만 결의 채택 이전에 이미 서면으로 고용계약이 이뤄진 경우는 고용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북한은 현재 전 세계 40여 개국에 최소 5만 명 이상의 노동자를 송출해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섬유수출 차단과 해외 노동자 고용 제한을 통해 각각 연 8억 달러와 2억 달러 등 총 10억 달러(1조1천350억 원)의 차단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산하고 있다.

금수품목을 실은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에 대해서는 유엔 회원국이 공해 상에서 기국(선박 국적국)의 동의하에 검색하도록 촉구했다. 당초 검색 의무화를 추진하던 데서 후퇴한 것이다.

다만 공해 상에서의 검색에 기국이 동의하지 않으면 선박을 적절한 항구로 이동시켜 검색할 의무를 부과했으며, 기국이 이마저도 거부하면 해당 선박에 대해 자산 동결 대상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또 공해 상에서 선박에서 다른 선박으로의 물품 이전을 금지했다. 이미 수출금지 품목으로 지정된 북한산 해산물을 제3국에 넘기는 행위 같은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박영식 북한 인민무력상 등 개인 1명과 노동당 중앙군사위·조직지도부·선전선동부 등 3개 기관이 해외 자산 동결과 여행금지 등 신규 제재대상에 올랐다.

당초 미국의 초안에는 북한의 '최고 존엄'인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부부장도 제재대상에 올랐지만, 최종 결의에서는 빠졌다.

금융 분야 제재로는 북한과의 합작 사업체를 설립, 유지, 운영하는 것을 전면 금지했다. 기존 합작 사업체도 120일 이내에 폐쇄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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