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북핵·미사일 위기가 고조된 가운데, 미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컨설팅 회사 '부즈앨런해밀턴(Booz Allen Hamilton)'이 한국 내 정보 인력을 확충하기 시작해 배경이 주목된다고 18일 조선일보가 보도했다.

매체는 이달 초 미 정보기관 요원들이 북 동향 및 우리 정부 대응 등의 정보 수집을 위해 대거 방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 정보·군사 당국과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업체들이 한국 관련 인력을 늘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허버트 맥매스터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5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시간이 부족하다"며 "군사적 옵션이 없다는 이들에게 말하겠는데, 군사 옵션은 있다"고 말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군사 옵션이) 지금 선호하는 방안은 아니다"라고 단서를 붙였지만, 미국 CNN방송은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미국 정부가 군사 옵션 검토를 재개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같은 날, 부즈앨런해밀턴의 홈페이지에는 한국에서 일할 전문 인력을 찾는다는 공고가 무더기로 올라왔다.

부즈앨런해밀턴이 이날 채용공고를 낸 직위 5개 중 3개는 휴민트(HUMINT· 인적 정보), 방첩(CI) 활동 관련 자리였다. 다른 하나는 시긴트(SIGINT·통신 정보) 애널리스트였고, 나머지 하나는 사제폭발물(IED)과 무인기 대응 체계 훈련교관 자리였다.

이 회사는 채용 인원이나 채용 후 임무를 세세히 공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주한미군의 대북 정보 수집 등에 참여한다고 짐작할 만한 근거는 많다. 부즈앨런해밀턴은 사제폭발물·무인기 대응체계 훈련교관 채용공고에서 '주한미군을 위해 무인기 대응체계 코스를 개발하고 훈련하는 것'이 직무 중 하나라고 했다.

또 시긴트 애널리스트 채용공고에서는 '군(軍) 또는 한국전구(戰區)에서의 경험'을 선호하는 자격 요건으로 내걸었다. 또 시긴트 애널리스트의 업무 중 하나로 '외국 계기 신호 정보(FISINT)의 분석'을 거론했다. FISINT는 적국의 군사 장비에서 나오는 전자파 등을 측정·분석해서 정보를 얻는 것으로, 최근 한·미 군 당국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주목하는 분야다.

휴민트·방첩 애널리스트 채용공고에는 '통합사령부나 국가정보기관의 지원 업무 경험'을 선호한다는 문구가 있었다. 또 미국 정부가 연방정부에서 1급비밀(TS)이나 군사적 특수정보(SCI)를 취급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발급해주는 'TS/SCI 비밀취급인가' 보유자만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부즈앨런해밀턴은 경영 컨설팅 회사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사업의 97%가 미국 정부와의 계약으로 이뤄지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미 해군의 의뢰를 받아 독일군 유보트(잠수함)의 라디오 신호를 추적해서 공격하는 기술을 개발한 이래, 군사·정보 분야에서 명성을 쌓아왔다.

이 회사 직원의 절반 정도가 1급비밀 취급 인가를 갖고 있고, 수익의 4분의 3 이상이 미군이나 미 국가안보국(NSA) 등 미 정보기관에서 나온다. 이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스파이 기관' 또는 '그림자 정보기관'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 그런데 본지가 홈페이지를 분석한 결과, 이 회사는 지난달 23일부터 17일까지 26일 동안 서울·평택·대구 등 주한 미군 기지가 있는 도시에서 일할 미국의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공고를 25개나 냈다. 거의 매일 한국에 투입될 군사·정보 전문 인력을 찾은 셈이다.

또 다른 미국의 메이저 방산업체 '노스럽 그루먼(Northrop Grumman)'도 같은 기간에 주한미군을 위해 일할 전문 인력을 채용하는 공고를 7건 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6일 낸 채용공고에서 이 회사는 '갑작스러운 미 국방부의 계약(contingent DoD contract)에 따라 주한미군과 함께 일할 전략통신 플래너와 애널리스트, 행동과학자(Behavioral Scientist) 등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한 안보 전문가는 "방산업체 인력들이 한국에 자꾸 들어오고 있다면 미국이 당장 군사 옵션을 사용하지는 않더라도 군사적 대비책은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징후는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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