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인섭(가운데)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오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대회의실에서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처(공수처) 신설 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김홍배 기자]검사 50명을 포함해 수사 인원만 최대 122명에 달하는 매머드급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의 윤곽이 모습을 드러냈다.

공수처는 수사·기소·공소유지권을 모두 가지며 경찰·검찰 수사가 겹칠 때는 공수처가 우선 수사할 수 있다.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 개혁위원회(위원장 한인섭 서울대 교수)는 18일 이 같은 내용을 뼈대로 한 공수처 설치 안을 마련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권고했다. 정식 명칭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가 아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약칭 공수처)로 정해졌다.

수사 대상에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회의원,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대법관·헌법재판관, 광역지방단체장과 교육감 등 주요 헌법기관장 등이 포함됐다. 정무직 공무원과 고위공무원단, 판·검사와 경무관급 이상 고위직 경찰, 장성급 장교도 수사 대상이다. 현직이 아니어도 퇴임 후 3년 미만의 고위 공직자는 수사를 받는다. 고위 공직자의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형제자매도 포함된다.

수사 대상 범죄도 폭넓게 정해졌다. 전형적 부패범죄인 뇌물수수, 알선수재, 정치자금 부정수수 외에도 공갈, 강요, 직권남용, 직무유기, 선거 관여, 국정원의 정치 관여, 비밀 누설 등 고위 공직 업무 전반과 관련한 범죄가 처벌 대상이다.

인적 규모도 기존 논의 수준을 크게 웃돈다. 공수처장과 차장 외에 검사 30∼50명, 수사관 50∼70명을 둘 수 있다. 처장과 차장을 포함한 순수 수사 인력만 최대 122명에 달할 수 있다. 검사 50명은 전국 최대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에서 부패범죄 등 특별수사를 맡는 3차장 산하 검사 60명과 비슷한 규모다.

처장 임기는 3년 단임제로 해 연임이 불가능하다. 처장은 법조 경력 15년 이상의 자 또는 변호사 자격을 가진 법학 교수 중에서 추천위가 2명을 추천하고, 대통령이 한 명을 낙점한다. 공수처 검사는 변호사 자격자 가운데 처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 임기를 6년으로 하되 한 번 연임할 수 있다.

공수처는 전국 수사기관의 고위 공무원 범죄 동향을 통보받고 우선 수사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기존 수사기관이 고위 공직자 범죄를 수사하게 될 경우 공수처에 통지하고, 사건이 중복되는 경우 이첩하도록 했다. 다른 수사기관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첩 요구에 응하도록 해 우선 수사권을 보장했다. 검찰과 경찰의 '셀프 수사'도 불가능하다.

개혁위 방안은 권고 형식이지만 법무부는 개혁위 안을 최대한 반영해 입법을 추진하기로 해 사실상 정부 안 성격을 지닌다. 법무부는 "권고 취지를 최대한 반영해 국민의 뜻에 부응하는 공수처 설치 방안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인력난 예고 '깜깜이 수사처' 지적도...

하지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수사권·기소권·공소유지권을 모두 부여하라는 권고안이 나왔지만 수사 인력과 첩보기능 등에서 한계가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우선적으로 수사하는 막강한 권한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인력과 독자적인 첩보기능이 없는 게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에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한 우선 수사 권한을 줬지만 여러 한계들이 보인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개혁위는 공수처에 검사는 30~50명, 수사관은 50~70명을 둘 수 있도록 권고했다. 최대 120명 선으로 꾸리는 것이다.

이는 지난 박영수특검팀보다는 많고, 과거 대검 중앙수사부보다는 적은 숫자다. 박영수 특검팀의 파견검사는 20여명이었고, 과거 대검 중앙수사부의 기본 인원은 60명이었다. 특히 중수부의 경우 파견된 인원을 합하면 최대 150여명까지 확대된 적도 있다.

사실상 국가의 반부패수사 기능을 모두 맡게되는 공수처의 위상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라는 지적이 가능하다.

공수처 검사에 대한 각종 제한도 유능한 수사 인력의 유입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혁위 권고안은 공수처 검사가 퇴직 후 3년간 검사로 임용될 수 없고, 1년 이내 대통령비서실 공무원이 될 수도 없도록 규정했다. 또 1년간 변호사로서 공수처 사건의 수임도 금지했다.

이 같은 권고가 받아들여진다면 기존 검찰의 유능한 특수수사 인력이 '공수처행'을 꺼릴 수 있다. 현실적으로 공수처 검사에서 퇴직한 후 할 수 있는 일이 변호사를 개업해 공수처와 관계없는 사건을 맡는 것 외에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공수처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마련한 장치들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셈이다.

또 문제는 '첩보기능' 문제다. 공수처에 우선적인 수사권을 부여했지만 스스로 고위공직자의 비리 첩보를 입수해 수사하지 않고, 검찰이나 경찰의 첩보에 의존한다면 한계에 부딪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혁위 권고안은 이미 다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범죄의 수사에 착수하면, 지체 없이 그 요지를 공수처장에게 통지하도록 했다.

그러나 내사 단계에서 검찰이 공수처에 이를 알리지 않는다면 어떻게할지 여부는 뚜렷히 정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고도의 은밀성이 필요하고, 수사사실이 공개된다면 대량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는 고위공직자 관련 범죄 특성상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개혁위는 검찰개혁과 관련해 지금까지 법무부 탈검찰화, 공수처 설치 안 등 2개 사항을 법무부에 권고했다. 개혁위는 향후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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