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혜 기자]배우 김규리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처음으로 심경고백을 했다. 그는 몇 자 안 되는 글 때문에 10년을 고생했다며 허탈해했다.

23일 밤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은밀하게 꼼꼼하게-각하의 비밀부대' 특집이 전파를 탔다.

2008년 여름 김민선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김규리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 대해 “광우병에 감염된 소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는 게 낫겠다”라는 소신 글을 자신의 미니홈피에 올렸다가 소송까지 휘말렸다.

이후 대통령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랐고 10년간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배제됐었다. 그는 2009년 김민선에서 김규리로 이름으로 개명하기도 했다.

그는 '쇠고리를 먹느니 청산가리를 먹겠다'는 자극적인 문장을 올려 수많은 악성 댓글에 시달리며 고통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김규리는 블랙리스트에 대해 한 번도 자신의 입장을 전하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날 방송에서자살까지 시도했었다고 고백해 충격을 줬다. “청산가리 하나만 남게 해서 글 전체를 왜곡했던 누군가가 있을 거다”라고 한 김규리는 “그 누군가가 10년간 가만히 있지 않고 내 삶 사이사이에서 계속 나를 왜곡했다”고 털어놨다.

김규리는 또 “너 왜 아직 안 죽었어? 죽어 죽어 죽어. 계속 죽으라고 하니까 진짜 시도했었다”고 고백하며 “세금을 안 밀리려고 돈 없으면 은행에 빚을 내서라도 세금을 냈었는데…”라고 허탈해했다.

그는 또 “그 다음 날 가족들과 오랜만에 돌아가신 엄마를 보러 갔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나를 막 욕하더라”며 오열했다. 이어 “공권력이 그렇게 해를 가했다는 게 문건으로 나오지 않았느냐”며 “문건을 봤는데 몇 자 안 되더라. 나는 이걸로 10년 동안 그렇게 고생했는데 허탈하더라”라며 눈물을 쏟았다.

헌편 방송 이후 개그우먼 김미화는 “‘그것이 알고 싶다’를 보면서 펑펑 우는 김규리 씨가 얼마나 서럽고 외로웠을까 싶어 먹먹해졌습니다”라고 트위터에 남겼다. 이어 “죽긴 왜 죽습니까. 늘 강조하지만 마지막에 웃는 사람이 이기는겁니다. 저들이 죄값을 치루게 되는 날. 그 날 함께 웃어야지요”라고 덧붙였다.

김미화도 지난 2010년 KBS 블랙리스트 의혹에 관한 글을 올렸다가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한 바 있다. 그 역시 최근 블랙리스트 문건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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