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박근혜(65) 전 대통령이 홍완선(61)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구체적인 이름을 들어가며 관심을 보였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26일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이재영) 심리로 열린 문형표(61)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항소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이같은 정황을 증언했다.

 앞서 최광(70)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와 홍 전 본부장의 연임이 BH(청와대)의 뜻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최 전 이사장은 언론을 통해서도 자신의 사퇴 배후에는 '윗선의 지시'와 정진엽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안 전 수석은 "당시엔 몰랐는데,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담당 수석(당시 김현숙 고용복지수석)으로부터 얘기들은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밝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안 전 수석 본인의 수첩 중 지난 2016년 1월30일자 내용을 예로 들었다. 해당 부분에는 VIP라 적혀 있었고, '국민연금', '홍완선', '최광'이라는 글귀도 있었다.

 특검팀이 이를 추궁하자 안 전 수석은 "아마 대통령께서 홍 전 본부장과 최 전 이사장과 같이 공단의 이사장-본부장 간의 알력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언급을 하지 않았나 추측한다"라며 "본부장과 이사장 간의 문제를 언급하신 것은 맞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검팀이 "박 전 대통령이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에 관심이 많았는가"라고 묻자, 안 전 수석은 "아무래도 국민연금이 복지부에도 사용되고, 국내·해외 투자에도 많이 활용되기 때문에 기금 운용 활용에 대해 여러 말씀을 많이 하셨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문 전 장관 측 변호인은 안 전 수석에게 "대통령이 저렇게 얘기한 게 맞는가"라고 물었고, 안 전 수석은 "그렇다"라고 즉답했다.

 변호인이 재차 "박 전 대통령이 기금운용본부 본부장의 이름까지 정확하게 이야기한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라며 "구체적인 실명을 얘기한 게 맞는가"라고 물었으나, 안 전 수석은 이번에도 "네"라고 말했다.

 안 전 수석은 "100% 박 전 대통령이 다 말씀하신 내용을 적은 것"이라며 "따로 제 의견을 적을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다"라고 강조했다.

 안 전 수석의 증언은 박 전 대통령이 홍 전 본부장과 최 전 이사장과의 알력 다툼, 홍 전 본부장 등의 연임 문제 등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공단을 압박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2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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