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뇌물 혐의 무죄를 다투는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불리한 증언이 나왔다.

최순실 측근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가 삼성그룹 사장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게 말을 사주라는 지시를 박근혜(사진) 전 대통령에게서 받았고 또 입단속도 엄중히 시켰다는것이다.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65)과 최씨의 공판에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64)가 증인으로 나와 이 같이 증언했다. 박 전 전무는 국내와 독일을 오가며 정씨의 승마 훈련을 도운 최씨의 핵심 측근이었다.

박 전 전무는 2015년 12월 최씨와 갈등을 빚고 국내로 돌아온 뒤 박 전 사장을 만났다. 박 전 전무는 “독일에서 최씨가 삼성과의 용역계약과 달리 용역대금을 사용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최씨와 하던 일을) 제가 그만뒀다고 알려주기 위해 박 전 사장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박 전 전무가 그간 숨겨둔 폭탄 증언을 내놓은 것은 이날 오후6시10분.

그는 “내가 2015년 12월 한국에 돌아와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당시 대한승마협회장)을 만나 ‘독일 일을 잘 챙겨 보라’ 했더니 그가 ‘(독일 일은) VIP가 말을 사주라 해서 한 것인데 세상에 알려지면 탄핵감이다’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 전 사장은 또 ‘앞으로 입조심 하고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 일정이 빡빡하지만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꼭 만나서 점심이든 저녁이든 하자’고 말했다는 게 박 전 전무의 증언이다. 그는 “관리받는 느낌이 들어 ‘나는 어린애가 아니다’라고 박 전 사장에게 말했다”고 덧붙였다. ‘독일 일’은 삼성과 코어스포츠의 거래를 뜻한다.

이날 증언은 박 전 전무가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조사는 물론 앞선 국정농단 재판에서는 하지 않았던 내용이다. 지금까지 삼성은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자리서 ‘올림픽 승마선수 지원’을 지시받았을 뿐 정씨 지원을 콕 집어 지시받은 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씨에게 말을 사준 것도 아니고 삼성전자 소유의 말을 빌려줬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이날 박 전 전무는 “삼성과 코어스포츠의 계약 기간이 끝나는 오는 2018년이면 삼성이 말을 다시 가져갈 것 같아서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으니 박 전 사장이 ‘말은 관심 없으니 알아서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증언은 이 부회장의 승계를 대가로 삼성의 정씨 승마 지원을 요구한 혐의(뇌물수수)를 받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유죄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두 사람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가 이미 인정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에도 불리하다. 특히 이 부회장이 최씨 측에 78억원의 승마훈련 용역대금을 제공하며 “정씨에 대한 지원으로 인식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박 전 전무의 발언이 향후 이 부회장 항소심에서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씨 측 이경재 변호사는 재판이 끝나고 기자와 만나 “박 전 전무의 증언은 다른 증인들과도 충돌할 뿐 아니라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박 전 전무의 증언은 일관되게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는 데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샤브샤브 뉴스가 정리한 , 박원오의 증언에 대한 박근혜 측의 반박이다.

▲ 박 모라는 사람은 언론에 "박원오가 한화로부터 경제적인 지원을 받는다"는 언론 제보를 한 적이 있다.

▲ 김종찬 전 승마협회 전무는 "박원오가 '상주경찰서는 정유라 준우승 때문에 심판들을 조사했다'고 말했다"고 주장한다.

▲ 하지만 박원오는 "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고, 정유라의 배경은 모든 승마인이 다 알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등 서로 말이 맞지 않다.

▲ 상주 승마대회의 심판 판정에 대한 항의는 최순실만 한 것이 아니고, 다른 학부형들도 함께 언성을 높인 것이었다.

▲ 박상진과의 연락 과정에 대해서도 김종찬과 말이 다르다. 김종찬은 "박원오에게 '박상진이 전화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박원오는 "기억에 없다"고 반박한다.

▲ 최순실이 "삼성 합병을 도와줬다"는 말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김종찬과 박원오의 주장은 서로 다르다. 김종찬은 "박원오에게 들었다"고 주장한다.

▲ 하지만 박원오는 "그런 말을 들은 적도, 한 적도 없다"고 부인하다가 "최순실이 '합치는 것을 도와준다'는 등 뉘앙스의 단어를 쓴 것 같았지만, 잘 기억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 박원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최순실이 대통령에게 노태강 전 문체부 체육국장·진재수 전 체육정책과장의 이름을 알려준 것"이라는 발언과 관련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고, 언론에 나온 이야기일 뿐"이라고 부인한다.

▲ 진재수는 "박원오가 '청와대 비서관들과 밥도 먹고 통화도 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지만, 박원오는 "그런 적 없다"는 등 서로 주장이 다르다. 그 외에도 두 사람은 구체적인 부분에서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한다.

▲ 정유라 씨는 2013년 승마협회 신인상을 수상했고, 마장마술 종목 수상을 거의 휩쓸다시피 했다.

▲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4년 4월 5일 국회 대정부질문 중 '정유라 공주 승마 의혹'을 폭로하기 하루 전, 박원오에게 직접 연락해 "만나자"고 제안했고, 박원오가 안민석을 찾아가 만난 적이 있다.

▲ 박원오는 특검에서 "최순실이 정유라를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자기 딸이니 당연히 삼성의 승마지원 대상에 포함시켰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 하지만 법원에서는 "최순실이 '삼성에서 정유연(정유라)에게 승마훈련 지원을 한다고 하니 지원 방안을 구상해 보라'고 말했다"고 하는 등 주장의 취지가 바뀌었다.

특검은 박원오에게,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이 제출한 '삼성전자·코레스포츠 간 승마지원 컨설팅 계약서 초안'을 제시했다. 박원오가 노승일에게 전달했던 것이었다.

최순실 측 이경재 변호사는 "노승일이 폭로 목적으로 업무용 자료를 빼돌려 검찰에 제출한 위법한 증거"라고 항변했지만, 특검은 대놓고 비웃었다.

이어 "그 서류는 박원오가 박상진의 아시아승마협회 회장 선거를 돕는 업무 때문에 노승일에게 보관을 요구했던 것"이라고 반박했고, 박원오도 "제가 노승일에게 준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아울러 "박원오는 이 서류 말고도 계약 체결 과정에 관한 문서와 최순실에게 보고한 뒤 받은 문건 등도 모두 노승일에게 맡겼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이경재 변호사는 "디지털 서류 목록 중 중간에 수정된 것이 있다"며, "상식의 문제"라고 재차 반박했다. 하지만 특검은 "작성자가 박원오인데 무슨 소리냐"고 일축했다.

이어 "박원오는 최순실의 지시에 따라 삼성전자와의 승마지원 컨설팅 계약을 진행했던 것"이라고 주장했고, 박원오도 "맞다"고 답변했다.

특검과 박원오는 '최순실의 지시와 뇌물 거래 가능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 최순실은, 2015년 10월 '살시도'를 58만 유로에 매입하는 과정에 대해서도, "삼성에서 살시도를 살 예정이니 인보이스(송장)을 보내라"는 지시를 했다. 박원오는 최순실의 지시에 따라 살시도 매입을 진행했다.

▲ 삼성 측은 "살시도가 정말로 58만 유로의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확인도 하지 않고 말을 매입했다.

▲ 비타나V는 150만 유로에 매입한 뒤, 정유라는 비타나V를 탄 뒤 출전한 하겐 승마대회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 성적이 부진하면 말의 가격은 하락하지만, 삼성 측은 "2016년 8월, 안드레아스 헬그스트란드에게 160만 유로에 매각했다"고 주장한다.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 2015년 9월, 박상진에게 2018년 12월 계약 종료 이후에 대해 논의를 요청했을 때, 박상진은 "말에 관심 없으니 알아서 가져가라"고 말했다.

▲ 살시도의 소유권이 삼성전자 명의로 등록된 것을 안 최순실이, "이재룡(이재용)이 VIP(박근혜)한테 '말 사준다'고 했지, 언제 '말 빌려준다'고 했느냐"고 화를 낸 것은 사실이다.

▲ 2016년 1월, 박원오가 최순실과 결별한 뒤 박상진을 만났을 때, 박상진은 "독일 생각하지 말고 아시아승마협회 이야기나 하자"고 말했다.

▲ 이어 박상진은 "VIP가 말 사주라고 한 것인데, 세상에 알려지면 탄핵감"이라며, "앞으로 당신(박원오)도 입조심하고, 앞으로 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 이후 박근혜가 갑자기 심하게 웃은 뒤, 이경재 변호사는 재판 분위기를 더욱 격하게 몰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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