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배 기자]박근혜(65) 전 대통령 재판에서 안종범(58)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이 증거로 채택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는 29일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61)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 재판에서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해 증거로 채택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박 전 대통령과 최씨 모두의 증거로 활용된다.

재판부는 "검찰이 지난해 압수한 수첩 11권을 보면 압수수색 영장의 범죄사실과 관련 있다고 인정된다"며 "안 전 수석 보좌관인 김모씨를 수첩 소지자로 볼 수 있어 검찰이 수첩을 돌려준다는 말을 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압수절차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당시 안 전 수석은 검사 면담 과정에서 수첩 열람 요청을 받고 김씨에게 가져올 것을 지시해 보여줬고, 이 과정에서 검찰은 수첩을 중요 증거라고 판단해 영장을 발부 받아 압수했다.

재판부는 "특검에 제출된 39권의 수첩도 김씨를 수첩 소지자로 보기에 충분하다"며 "김씨가 자의로 수첩을 수사기관에 제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위법한 수집 증거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지난 5월에 검찰에 제출된 수첩 7권의 사본 역시 원본을 그대로 복사한 정도라고 인정된다"며 "증거능력이 있다고 인정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다만 "증거물 내용의 진실성이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같은 기재가 있다는 것 자체만 증거로 삼는 것으로 서면으로 증거 채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최씨 변호인인 이경재 변호사는 최씨의 두번째 구속영장 기간이 만료되기 전 선고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변호사는 "형사재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이 구속 여부"라며 "박 전 대통령 구속기간 만기가 10월16일이고 최씨도 두번째 구속영장 만기가 얼마 안남았는데 신병이 어떻게 될 것인지 예측가능하지 않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을 구속기간 만기 후 석방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박 전 대통령이 불구속되면 최씨는 재판을 분리해 심리해달라. 1년 넘게 구속해서 재판받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최씨에 대한 심리를 최대한 빨리 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다만 박 전 대통령과 대부분 공소사실이 일치해 하나의 선고를 해야 하고 삼성 뇌물수수 관련 증거조사도 같이 진행돼야 한다는 사정이 있다"고 답했다.

박 전 대통령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 여부와 관련해 검찰과 변호인 측 의견을 듣는 절차는 다음달 10일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오전에는 김한수 전 청와대 행정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박 전 대통령 보좌관 요청으로 개통한 태블릿PC를 최씨가 사용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행정관은 고교 동창인 최씨의 조카를 통해 박 전 대통령 보좌관인 故이춘상 보좌관을 소개 받았다. 이후 2012년 6월 이 보좌관 요청으로 당시 자신이 운영하던 회사 명의로 태블릿PC를 개통했고, 이후 청와대로 들어가면서 자신의 개인 명의로 사용요금을 결재했다고 진술했다.

김 전 행정관은 "이 보좌관을 통해 최씨를 소개 받았다"며 "태블릿PC를 개통해 이 보좌관에게 전달했지만 실제 사용자는 최씨로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김 전 행정관은 이 보좌관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했고, 2012년에는 박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 일은 도와줬다고 밝혔다.

최씨로부터 2013년 1월 박 전 대통령의 인수위원회에서 일할 것도 제안받았다고 진술했다. 김 전 행정관은 "최씨에게 고민해보겠다고 하니 우선 일해보고 계속 일할지 여부를 나중에 고민하라고 해서 일하게 됐다"며 "최씨가 당시 태블릿PC를 제가 만들어줬냐고 물어 개통 사실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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