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기자]한국은 10일, 중국은 추석·국경절 8일 간의 장기 '황금연휴'를 맞이했다. 긴 연휴는 국가경제에도 긍정적 효과를 준다. 이른 바 휴일의 경제학이다.

최장 열흘간의 '황금 추석 연휴'가 본격화 하면서 고향으로, 펜션· 콘도로, 해외로 떠나는 민족 대이동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의 경우 특히 올해는 중추절(中秋節·추석) 연휴까지 몰린 이른바 ‘쌍제(雙節·겹연휴)’다. 대륙 인구의 절반이 '대이동'한다.

그런만큼 '놀고 먹고 떠나고 사고'하는데 과연 얼마를 쓸까

전문가들마다 견해차는 있지만 이번 추석연휴 기간 상당한 내수진작 효과가 있다는데 이견이 없다. 직접적인 소비지출을 빼고 이로 인해 생기는 생산유발 효과만 따져도 열흘간 적게는 7000억원에서 최대 80조원에 달한다는 추산도 있다.  

이런 유형적인 계산 못지 않게 더 중요한 효과가 있다. 여유와 재충전, 이를 통해 얻는 삶의 만족감과 즐거움이 가져올, 보이지 않은 또다른 생산성 향상은 계량 불가능하다는 견해다. 이쯤 되면 비록 주머니가 얇더라도 휴가를 즐겨야 하지 않을까.  

  ◇공식 분석통계는 없어···한국, 연휴 하루당 700억~8조까지 '천차만별'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길어진 연휴가 미치는 경제효과에 대해서는 사실 공식적인 통계는 없다. 하지만 여러 연구기관들의 분석을 통해 어느 정도 추정이 가능하다. 다만 공휴일 기준이나 경제효과가 미치는 범위를 어디까지 보느냐에 따라 적게는 약 710억원에서 8조원까지 규모의 차이는 있다.

먼저 공휴일 하루가 늘어나면 여행 지출액을 기준으로 700억원 가량의 생산유발 효과가 일어난다는 분석이다. 박상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분석한 '연휴가 관광수요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임시공휴일 지정 등으로 공휴일이 하루 더 늘어날 때 국내여행 지출액은 월평균 400억5000만원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1인당 국내여행 지출액이 919원씩 늘어난다는 분석 결과에 인구 4300만명(15세 이상)을 곱해 계산한 것이다. 여기에 해외여행을 전후로 국내에서 사용되는 지출액 31억7000만원을 더한 432억200만원이 직접적인 지출액이고, 이에 따른 생산유발액은 약 714억원이 될 것이라는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여행할 때 쓰는 교통·숙박비뿐만 아니라 음식·문화비 등 소비지출액 전체를 놓고 경제효과를 따진 연구도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이사대우는 '8·14 임시공휴일 지정의 경제적 파급영향' 보고서에서 정부가 8월15일(토요일) 광복절 하루 전날인 14일 임시공휴일로 지정해 사흘간의 연휴가 이뤄지면서 모두 5조8400억원 가량의 경제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추산했다.

소비지출액 1조9900억원에 생산유발액 3조8500억원이 발생했다는 분석에서다. 소비지출액은 당시 전체 인구의 절반인 2500만명이 쉬고, 1인당 하루 소비지출액을 7만9600원으로 가정했을 때 나온 수치다. 생산유발액은 전산업에 걸쳐 파급된 생산유발효과를 액수로 따진 것이다.

공휴일 하루당 8조원 가량의 경제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추산도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지난 2010년 분석한 '휴가문화 선진화 및 공휴일제도 개선을 통한 내수관광 활성화 방안' 자료에 따르면 대체공휴일 하루의 경제효과는 16조1406억원으로 추정됐다.

여기에는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인한 생산유발효과와 근로자 만족도에 따라 추정된 사회적 편익까지 모두 포함됐다. 하지만 휴일 하루당 기업의 총생산비용 등 7조3292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경제효과는 8조8114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올 추석연휴 열흘···역대급 경제효과 나올까?
 
연휴의 경제효과는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입증은 된 셈이다. 하지만 올 추석연휴의 경우 정도의 차이를 놓고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사상 최장기간의 추석 연휴인 만큼 경제효과가 클 것이라는 분석이 있지만, 해외여행 증가 등에 따라 실질적인 내수진작 효과는 약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통계에서는 임시공휴일 지정 이후 소비가 늘어나는 의미있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5월5일 어린이날에 이은 6일 임시공휴일 지정으로 나흘간(5~8일)의 연휴가 생긴 지난해 5월 소매판매지수가 전월(-0.5%)보다 0.8% 올라 상승 전환했다. 연휴기간 백화점 매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6% 뛰었고, 국내 카드 승인액도 22.7% 확대됐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보다 상대적으로 긴 연휴에 일찌감치 해외여행을 계획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해외 여행객이 늘면 국내에서의 소비 지출이 줄어들면서 내수진작 효과가 반감될 우려가 있다. 이미 지난 2분기까지 해외 카드 사용액은 41억8000만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장기간 연휴로 기업들의 생산활동 중단이나 수출기업의 조업일수 감소에 따른 비용증가도 경제효과를 깎는 요인이다.

여러 우려 속에서도 대체로 연휴의 경제효과를 기대하는 쪽이 많아 보인다. 박상곤 부연구위원은 "해외여행을 나가더라도 국내에서 여행 상품이나 여행 준비물을 구매하기 때문에 국내 소비도 있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이 늘더라도 국내 지출도 평소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다. 기업들도 연휴 이전에 생산량을 늘리는 등 대비를 해놓는 경우가 많아 반감효과는 축소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200조원 소비 ‘활짝’

중국엔 일주일 이상의 황금연휴가 두개 있다. 하나는 국경절, 또 하나는 춘제(春節 음력설)다.

황금연휴에 중국인이 지갑을 얼마나 열었는지는 상무부 통계수치에서 잘 나타난다. 올 춘제 연휴기간(1월 27~2월 2일) 기간 중국내 전체 소비액은 8400억 위안, 우릿 돈으로 약 143조원에 달했다. 경기둔화 속에서도 춘제 소비규모는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인의 소비 씀씀이는 춘제보다 국경절 연휴에 더 커진다 국경절 연휴 소비액은 2015년 처음 1조 위안을 돌파한데 이어 매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경절 연휴엔 중국인들이 모두 1조2000억 위안(200조원) 어치를 소비했다. 관광지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며 중국내 관광객이 5억9300만명에 달했고, 영화 박스오피스 수입은 15억 위안이 넘었다. 중국 카드 공룡사인 유니온페이의 국내외 카드 결제건수는 5억7000만건, 결제액은 8819억 위안에 달했다.

해외로 나간 중국인 관광객의 지갑도 활짝 열렸다. 영국 명품 헤롯백화점에선 중국의 모바일 결제서비스 알리페이로 하루에만 100만 위안 어치 이상이 결제됐을 정도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