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자유한국당이 추석연휴를 기점으로 보수결집을 이뤄 재도약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보수는 이미 보따리 싸고 떠난 형국이다.

오는 9일로 취임 5개월을 맞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5주만에 반등해 67.7%를 기록하면서 여전히 높은 국민적 지지를 얻고 있다.

2일 리얼미터는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전국 유권자 4만6907명을 대상으로 문 대통령의 9월 4주차 국정수행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 긍정평가 비율은 5주 만에 반등해 2.1%p오른 67.7%로 마감됐다고 밝혔다.

이같은 오름세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의 주된 요인이었던 안보 논란이 서서히 줄어든데 이어,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의 '노무현 전 대통령 막말 논란'과 'MB정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 적폐청산을 둘러싼 국내 정치쟁점으로 이슈가 전환됐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한국당의 지지율은 제19대 대선 패배 이후 한 자릿수대에 머물렀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한국당은 대선 직후인 5월 셋째주부터 6월까지 8~9%의 지지율을 보이며 소수 야당과 '꼴찌' 경쟁을 해야하는 굴욕을 맛봤다.

그러나 7월과 8월 처음으로 10%의 지지율로 두자릿수를 회복했고, 9월 내내 11~12%의 지지율을 유지하며 제1야당의 자리를 굳혔다.

이날 정당 지지도에서는 한국당은 0.3%p 상승해 17.1%를 기록해 제1 야당의 체면을 유지했다.

이같은 지지율만 보면 바른정당과의 보수적자 경쟁에서는 어느정도 우위를 점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바른정당은 대선 직후인 5월까지는 6~7%대 지지율을 유지하며 한국당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6~8월 한국당에 2%p 가량 뒤지더니 9월에는 한국당에 비해 5%p 가량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제1야당인 한국당의 지지율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민주당은 대선이후 대체적으로 47~50%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당이 보수재결집을 이뤄 내년 지방선거 전까지 재도약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결국 이념적으로는 중도, 지역적으로는 영남 외의 지역에서 지지를 이끌어내야 하지만 갈 길이 멀어보인다.

혁신의 제1과제로 꼽히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 의원들의 청산작업은 아직도 지지부진하다. 당 혁신위원회가 박 전 대통령과 서청원, 최경환 의원에 대해 사실상 출당을 권고했지만 친박 의원들에 대한 출당은 의원총회에서 의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불가능하다는게 중론이다.

이런 와중에 최경환 의원을 비롯한 친박계 의원들은 지난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 추가 발부를 요청한 것은 부당하다"며 불구속 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 역시 제자리걸음이다.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정진석 한국당 의원이 '열린토론, 미래'를 발족시키고 매주 정례토론회를 열고 있지만 정책연대 수준에 그치고 있고, 양당 일부 중진들의 '보수우파 통합추진위원회' 결성 논의도 한국당과 바른정당 내에서 "그들만의 리그"로 평가절하되고 있다.

특히 한국당은 최근 정부여당을 향해 각을 세우고 있지만 내년 지방선거나 총선, 차기 집권을 위한 청사진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주요 국면에서는 오히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는 국민의당이 부각되면서 제1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은 더욱 미미하다.

결국 이런 상황이 이어진다면 한국당이 추석 연휴기간이 지난 후에도 새로운 집권 패러다임을 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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