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호 기자]최근 조카의 KAI 부정합격 의혹에 휩싸인 '박근혜의 남자' 이정현 의원(무소속)이 지난 설에 이어 이번 추석에도 자신의 지역구인 전남 순천에서 공식적인 명절인사를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3일 뉴스1은 이정현 의원은 "이번 추석에도 조용하게 지역민들을 만날 것"이라며 "어느 정도 민심이 안정되면 다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한주도 빼지 않고 (순천에) 내려오고 있다"며 "행사에만 참여하지 않고 지역 여론과 민원 등을 세세하게 챙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이 의원의 지역구 챙기기는 유명했다. 멀리 시골 마을회관과 경로당에 자전거를 타고 찾아가 주민들과 잠을 자고 막걸리 잔을 기울이는 격의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모습은 이정현이란 이름을 주민들의 뇌리에 각인시키는 효과를 불러왔고 '섬기는 리더십'이란 찬사를 받으며 주민들의 마음을 얻었다.

이러한 행보는 2014년 재보궐선거와 지난해 4·13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 깃발을 달고 야당의 텃밭에서 연거푸 당선되는 밑바탕이 됐다. 이 의원은 여세를 몰아 지난해 8월9일에는 새누리당 대표까지 당선됐다.

지난해 추석만 하더라도 이 의원은 전체 지역구를 샅샅이 둘러보며 지역민심을 챙겼다.

하지만 불과 두달여 만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며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렸고, 새누리당 대표 취임 4개월만인 지난해 12월16일 당 대표직을 사임했다.

지난 1월2일에는 새누리당까지 탈당해 무소속이 됐고, 게다가 지역구인 순천에서는 촛불집회 때마다 '이정현 사퇴' 함성이 울리며 시민들의 표적이 됐다.

이후 이 의원은 칩거에 들어갔고 '떠도는 바람'처럼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지는 행보를 보였다.

급기야 지난 설에는 지역구 주민들에게 "걱정 많이 끼쳐드려 정말 송구합니다. 더 신중하게 잘 하겠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로 설 인사를 대신하며 공식 행사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는 전혀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의원은 조용히 서울과 순천을 오가면서 가까운 주변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런 행보는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겉으로는 여전히 공식행사 등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지역 주요 현안들을 챙기고 있다.

이 의원실 관계자는 "탄핵 정국 이후 공식적인 지역구 활동을 없었지만 거의 매주 순천에 내려와 지역 인사들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5월에는 월등면 지역의 우박 피해가 심각하다는 소식을 들고 지역 농가들을 찾아가 위로하고 대책을 고민했다.

최근에는 여수·순천·광양 광역행정협의회에 다른 당의 지역구 국회의원들과 함께 참석해 3개 시의 공동현안 문제를 논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의원의 지역 방문과는 별개로 전남 지자체들은 여전히 국비 예산 확보를 위해 이 의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정가에서는 이 의원이 자신에게 불리한 여론이 시간과 함께 흘러가길 기대하며 잔뜩 몸을 낮춘 것으로 보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